두 개의 꽃병
두 개의 꽃병
  • 우종윤 기자
  • 승인 2019.03.20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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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조지 왕은 형인 앨버트 빅터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급히 왕위를 이어 받은 뒤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는 막중한 책임감과 살엄음을 딛는 것 같은

긴장된 생활에서 오는 불안으로 몹시 힘들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작은 소도시의

한 도자기 공장에 들르게 되었다.

 

평소 도자기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공장을 둘러보았다.

 

도자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방으로 안내된

그는 잘 만들어진 도자기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천천히 방안을 둘러 보았다.

 

그러다가 두개의 꽃병이 특별히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두개의 꽃병은 같은 원료와

같은 타일을 사용하여 무늬까지 똑같은 것이었는데

 

하나는 윤기가 흐르고 생동감이 있는

예술품 모양을 하고 있는데 비해 다른 하나는

투박하고 볼품없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왕이 공장장에게 물었다.

"두 개의 꽃병이 같은 원료로 만들어졌지만

그 느낌이나 작품의 완성도가 너무 다르오.

하나는 아주 훌륭하게 만들어졌으니

이곳에 전시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다른 하나는 이곳에 두기엔 형편없는 것 같소.

그런데 어째 두 개의 꽃병을 나란히 두는 것이오?"

 

왕의 물음에 공장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난는 불에 구워졌고

또 하나는 구워지지 않았습니다.

시련은 인생을 윤기 있게 하고 생동감 있게 하며

무엇보다 아름답게 합니다.

저 두 개의 꽃병을 나란히 이곳에 전시해 둔 것은

그런 뜻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출처 : 정충영, '남산편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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