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전, 세종시에 들러주십시오"
"임기 전, 세종시에 들러주십시오"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02.08 15:48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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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대통령님! 국정을 운영하시느라고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저는 ‘세종의 소리’라는 인터넷신문에서 일하는 언론인입니다. 그동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통령님을 지켜보면서 생각나는 몇 가지 사항을 충언하고자 하오니 혜량 있으시길 바랍니다.

먼저 대통령님께서 미래 통일 한국의 수도로 기대되는 세종시에 임기가 다 가기 전에 한번 다녀가셔야 한다는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지금 충청인을 비롯해 상당수 국민들은 대통령님이 퇴임 전에 세종시를 방문해 힘을 실어줄 것을 간곡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 그동안 대통령님이 집권한 이래 세종시의 원안 수정을 제기해 우여곡절을 겪었던 수많은 백성의 가슴에 멍을 들게 했던 빚을 갚는 것입니다. 

        수정안 여파 여전… 세종시 지난해 정부예산 집행률 77% 불과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세종시 건설은 대통령님이 당선되면서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25일 이후 '수정안 파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상당한 진통 끝에 '원안 건설'로 일단락됐지만, 수정안으로 인해 세종시는 사업 추진이 상당히 지연됐습니다.

잘 알다시피 대통령님이 후보시절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하셨고 이에 많은 표가 대통령님을 찍었던 것은 부인 못할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후, 일부 국민들의 의견이라며 국가백년대계라는 논리를 내세워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아 국론 분열은 물론, 토지를 수용당한 원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원주민 중에는 이 과정에서 돈때문에 자살한 어르신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님!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님께서 세종시 건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2005년 서울시장 재임 당시 행정수도(세종시의 전 단계) 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현안으로 대두되자 "행정수도 이전을 못하게 군대라도 동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혀 당시 서울 지자체의 수장으로서 한 얘기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나서 하루아침에 공약을 뒤집어버린 것에 대해 너무 서운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님께서 지난 2010년 9월 17일 부여에서 개막된 '세계 대백제전 개막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세종시와 4대강(금강) 건설 현장을 들른다는 소문이 나서 원주민들은 목을 빼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9월 15일께 "현장 방문이 헬기 시찰로 대체됐다"고 확인되면서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을 실망시켰지요.

대통령님께서 확고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영향은 세종시 건설을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행복도시건설청의 예산 집행 실적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건설청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세종시 관련 정부 예산 집행률은 54%에 불과했습니다. 2011년에도 당초 편성된 예산은 7,859억 원이나, 실제 집행액은 편성액의 77.2%인 6,068억 원에 그쳤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광역복지센터와 행정지원센터에는 각각 20억 원, 8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 실적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너무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야당의 한 의원은 "예산 집행률이 낮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건설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여전히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행복도시건설청은 세종시가 정상적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하고,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직접 방문해 명품도시 건설 의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백번 옳은 이야기입니다.

여당의 의원들도 대통령님께 세종시에 한번 다녀가시기를 건의드렸다는데, 왜 그렇게 꽁한 마음을 풀지 못하시는지요.

대통령님!

저의 졸렬한 생각입니다만 사람은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시창종미'(始昌終微: 시작은 창성하나 끝이 미약한 사람),'시미종창'(始微終昌;시작은 미약하나 끝이 창성한 사람), '시종불일'(始終不一: 시작과 끝이 한결같지 않은 사람), '시종여일'(始終如一: 시작과 끝이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적어도 이중에서 대통령이라면 시종여일까지는 못 되더라도 처음과 끝이 시종 불일치하는 사람이 되어선 안되겠습니다.

일제시대 일본경찰이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도 한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지로 나아갔던 도산 안창호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기에 역사를 배우는 우리 후손들이 귀감을 삼는 것입니다.

문득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왜군들과 싸웠던 서산대사의 “눈 쌓인 들길을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밟은 자국이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되느니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 역대 대통령들도 자리를 물러나 역사 속의 인물로 후세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이 나오지요.

대통령님!

어찌됐건 간에 세종시는 대통령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며 임기동안 꼭 해결해야할 숙제입니다. 말로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고 하면서 국무총리는 방문했는데, 대통령으로서 업무보고만 받고 현장에 안 오기 때문에 감정적 대처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닌지요? 지나간 일이 설혹 잘못되었더라도 세종시를 대통령이 마무리 짓는다는 차원에서 현장방문을 통해서 명품도시의 건설의지를 국민 앞에 밝혀야 이성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세종시에 한 번 들리십시오. 그래야 그나마 만회가 될 것입니다. 계속 고집을 부리시면서 세종시를 외면하신다면, 정말 후손들에게 옹졸한 대통령으로 어지러운 발자국을 남기시는 것이 됩니다.

아무쪼록 하루라도 빨리 세종시를 방문하여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독려해주십시오. 거듭 세종시에 오시기를 간청드리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임진년 2월 8일

                                                           세종시에서 신 도 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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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 2012-02-23 15:06:17
오늘 내가 밟은 자국이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된다는 글귀가 영원히 남을 듯 싶습니다...^^

멋진 글에 힘찬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새마을 2012-02-20 15:57:05
아무쪼록 하루라도 빨리 세종시를 방문하여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독려해주십시오. 거듭 세종시에 오시기를 간청드리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임재한 2012-02-18 16:05:35
역쉬 멋지십니다 정곡을 찌르는 직언
아무나 못합니다 다녀간다면 좋을텐데요

덕 연 2012-02-16 13:29:24
세종의소리 신도성 님 세종시민의소리 화이팅 대한민국 중심지역 경남 호남 을교차하는국토에 대통령 께서 고향가시는길이라도 방문하시겠지요 --

양반 2012-02-15 22:26:45
대세의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죠 임기전에 꼭 한번 세종시현장방문 뉴스가 세종의 1면톱기사로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