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조선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 강병호
  • 승인 2018.10.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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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 한반도가 두려워해야할 적폐는 극심한 문치주의 '조선으로의 회귀'

북한 조선노동당 깃발에 있는 망치는 노동자를, 낫은 농민을 붓은 근로 지식인(인텔리)을 상징한다. 우연인지 조선시대 계급인 사농공(士農工)의 상징이 한 깃발에 나타나 있다. 성리학과 명분의 나라 조선에서 천시했던 계급, 상인(商)의 상징은 찾아볼 수 없다.

영화 ‘공작’의 주인공이며 수년간 북한을 드나들어 그 사회를 잘 아는‘흑금성’ 박채서씨는 “유교가 지배한 조선사회 이후 통제가 엄청났던 일제 강점기를 거쳐 북한은 이전 시대 보다 더 통제를 하는 사회다. (북한) 사람들은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이다. 자존심 세우고 뭘 줘도 ‘일 없습니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 말은 속마음에서 나오는 진실이 아니다”라고 증언한다.

지난 9월 18일에서 20일 까지 문재인 대통령 수행 방북단에서 북측은 특히 경제인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남측 경제인과 면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측 인사들로부터 주목을 끌었다. 리 부총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금융감독원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7년 삼성전자는 총 239조 원의 매출을 거둬 8조177억7700만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30조 원 수준인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27.3%로, 삼성전자의 4년 치 법인세 납부액을 합치면 북한의 1년 치 GDP를 훌쩍 넘어선다. 리용남의 허황된 발언을 보면 냉수 마시고 이 쑤시던 조선시대의 양반이 생각난다.

21세기를 이미 18년 이상 지난 지금 한반도가 두려워할 적폐는‘ 과거로의 회귀(回歸)’, 즉 극심한 문치주의(文治主義) 조선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적폐는‘ 이명박근혜’ 시대보다 더 오래전 조선(朝鮮) 시대 성리학의 폐단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조선의 전통에 사유재산 개념이 희박했다. 조선 500년을 통해 집단주의, 공동체주의 더 나아가 사회주의는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meme)에 각인돼 있다. 남북이 지금 같은 가치 지향 없는 통일로 달려가면 중동 이슬람, 시진핑(習近平)의 국가 권위주의 중국, 21세기 차르 푸틴의 러시아와 같이 자연스레 사회주의·전체주의 국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경제, 복지정책은 사유재산과 기업의 권리를 소위 운동권 시각의 공동선(共同善)이란 미명 아래 기업과 민간을 제한하는 점이 많은데 여기에 더 깊은 역사적 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소위‘ 21세기 사회주의’를 따라가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 길은 멸망의 지름길이다.

조선 시대는 개인 가치보다 (가족, 씨족) 공동체에 더 무게를 두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결과는 교육현장, 학교에 가보면 굳이 긴 설명 없이 느낄 수 있다. 개인이 가진 개성과 의견들은 간단히 무시된다. 중등교육은 일류대학이란 폐쇄적 멤버십을 가지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현상을 보면 왜 한국은 노벨상 수상자가 올해도 나올 수 없는지 알 수 있다.

조선은 추상적인 이론과 문벌(학벌)을 중요시하며 산업과 상업, 기술을 무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 주요 직책은 교수,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들이 많다. 조선 시대로 보면 사림(士林) 사대부들이다. 이들은 현장보다 이론, 경험보다 이념을 중요시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脫)원전’과 ‘고교 평준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바로 명분을 중심으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기술을 천시(賤視)하는 전통도 여전하다. 창업 분야에서는 하다못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만도 못하다. 한국인 DNA에는 개인 창의력으로 독립개체, 경제주체로 스스로 서기보다는 집단주의, 공동체주의로 근근이 살아가는데 더 익숙하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인터넷 선전·선동 매체 이름이 ‘우리민족끼리’인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평양 정상회담과 이후 벌어지는 비핵화 협상을 보며 남북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이다. 개인 재산권과 자유의 보장, 경제번영, 열린사회 등 인류 보편적 미래가치가 전제가 되고 대한민국 헌법 4조에 명시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아니라면 지금 같은 무리한 ‘통일 쇼’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통일은 과정이지 궁극의 목표가 아니다. 다시 적폐의 나라, 조선으로 돌아갈 수 없다. 요덕수용소와 고사포로 사람을 죽이는 VX가스의 나라 북조선도 절대 닮고 싶지 않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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