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극단적인가?
그들은 왜 극단적인가?
  • 강병호
  • 승인 2018.07.2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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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우리만 정의고 반대편은 모두 적폐 사고는 위험

100세를 앞두고 있는 노(老)철학자의 칼럼이 긴 여운을 주고 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그의 칼럼 ‘다시 한 번 정의란 무엇인가, 반성해 보자(동아일보, 2018년 7월 10일)’에서 적폐해소는 꼭 필요하지만 ‘우리만 정의고 반대편은 모두 적폐’라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문재인) 정부는 170년 전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정의와 평등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DJ 정부 때는 국민의 다수가 진보정책을 수용할 수 있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현 정부의 경제 사회관은 운동권 학생들이 교과서와 같이 믿고 따르던 옛날의 이념적 가치를 정의로 여기는 것 같다”고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정신의 핵심이 마르크스주의라고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정권을 잡으면 모든 과거를 적폐로 본다. 정권을 잡은 뒤에도 끊임없이 투쟁과 혁명은 계속됐다.

심지어 혁명 주체 내부에서도 죽음의 굿판이 벌어졌다. 러시아, 중국, 베트남 그리고 북한에서 그랬다. 서로 죽이고 죽는 동안 사회적 전통과 인간 간의 질서와 존중은 병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은 혁명의 역사가 증명한다.

1980년대 대학생시절 학생운동에 앞장섰고 노동운동에도 투신했던 장신대 김철홍 교수는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이념을 받아드리는 것은 종교적 개종에 가까운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된다. 그 변화에는 어마어마한 기쁨과 자기만족이 있다.

세상 꼭대기에 내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공산주의) 이론을 공부하다보면 어느 단계에 지금까지 읽던 책들이 염주 알 꿰듯이 연결이 되게 된다. (이 과정에는) 어마어마한 기쁨이 있고 자기 확신이 있어서 평생 직업혁명가로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 즉 단순한 철학적 사고를 뛰어넘어 어떤 의미에서는 영적(靈的) 체험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영원과 연결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순교자가 될 수 있다. 마르크스 철학의 역사단계설은 기독교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성경의 ‘최후의 심판’과 계시론적 역사관은 자연스럽게 유물론적 변증법의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영속적인 역사의 과정에서 앞서간다는 자부심, 피압박 민중에게 공산주의라는 복음을 전도해야 한다는 사명감, 이 정신적 우월감이 마르크스·레닌주의 순교자들이 역사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모티브가 됐다.

지난 해 2017년은 러시아 혁명 100주년 되는 해다. 러시아나 과거 소련 연방 도시들의 광장에는 아직까지 레닌이 오른손을 높이 쳐든 동상을 볼 수 있다.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에서 세계최초 사회주의 국가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러시아 혁명사를 자세히 보면 레닌은 19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피의 일요일 사건’ 이후 러시아 사회의 변화를 자세히 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체감하기에 레닌의 시베리아 유형과 스위스, 핀란드 망명생활이 너무 길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러시아, 독일의 교전상태가 길어지자 1917년 3월 독일제국은 비밀리에 레닌을 봉인 열차로 귀국시켰다. 러시아에 돌아오자마자 유명한 ‘4월 테제’를 발표했다. 볼셰비키는 4월 테제에서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농민에게 토지를', '즉각적인 전쟁 종결'을 구호로 외치며 대중을 선동했다.

역사는 ‘같은 볼셰비키 당 안에서도 이 주장을 무정부주의자의 헛소리로 생각하는 당원들도 많았다’고 전한다. 하지만 10월 혁명을 일으키기 직전 볼셰비키 최고위원회의에서 레닌의 단순하지만 과격한 선동과 주장은 압도적 찬성을 받아 혁명의 봉기는 일사천리로 추진된다. 마르크스주의는 항상 과격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있다.

레닌의 그 위대한 실험은 70년 후 완전한 실패,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끝났다. 혁명 100주년 공식 기념행사도 러시아에서 열리지 못했다. 가장 비극적인 사실은 노동자, 농민 같은 기층 민중들이 직업 혁명가들의 혁명실험에서 실험용 모르모트같이 핍박받고 죽어갔다는 것이다. 독재자 스탈린은 월 평균 4만 명을 학살했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100세를 눈앞에 둔 노 철학자의 호소는 극단적인 좌익 이념논리로 세상을 재단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땅의 정말 보호받아야 하는 일용직 근로자, 소상공인, 청년 구직자들은 보호받고 있는가? 그들의 실험 대상이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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