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년 된 마을 숲, 세종시에 있답니다
오백년 된 마을 숲, 세종시에 있답니다
  • 임비호
  • 승인 2018.01.19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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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칼럼]넉 바위 마을 '수살'..."낙향한 전주 이씨, 액막이용으로 심어"
   세종시 소정면 넉바위 마을에 액막이용 수살은 전주 이씨가 낙향한 이후 풍수지리를 감안해 만든 인공 방풍림이었다.<사진 출처 : 대한강국님 블로그>

오백년 된 마을숲이 세종시에 있다구요?

천안을 가기 위해 소정면 소정리(넉바위 마을)를 지날 때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는 길목에 페인트로 쓴 낡은 입간판 때문이었다. 지금은 철거되고 없지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천연보호림”이라고 쓰여 있었다.

입간판 뒤로 고목이 된 왕버들이 낡은 철망으로 둘러 쌓여있고, 주변에는 정리되지 않은 농자재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마치 방치 된 주인 없는 나무농장 같았다. 천연보호림이면 소중한 우리의 자연유산이라 잘 보전되고 정돈되어야 하는데 왜 이리 방치되어 있어야 하는가라는 안타까움과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무력감이 교차되었다.

지금은 명칭이 천연보호림에서 산림 유전자원 보호림으로 바뀐 곳이다. 세종시에서는 천혜자원 보호와 애림사상 고취를 목적으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다. 산림유전 자원 보호림은 “산림 내 식물의 유전자와 종 또는 산림생태계 등을 보전하기 위하여 법률로 지정하여 보호·관리하는 보호림”을 말한다. 원시림과 고산식물지대, 희귀식물 자생지, 유용식물 원생지, 산림습지,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등이 지정 대상이다. 현재 소정리 넉바위 마을의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은 1ha정도로 왕버들 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넉바위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수살(水殺)이라고 부른다. 수살은 아마도 수구막이, 수구맥이, 수살맞이 등의 약자인 것 같다. 자연재해와 액을 막을 목적으로 만든 상징물이다. 1540년 무렵에 벼슬을 하던 전주이씨가 낙향을 하면서 풍수지리에 입각해 좌청룡, 우백호를 맞추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심은 마을 숲이 수살(水殺)이 된 것이다. 넉바위 마을에서 보면 좌측면 산자락이 짧아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 늘린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세종시에서 주변 정비작업에 들어가 만시지탄이지만 반가운 일이었다.

이 인공 숲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는 방풍림의 역할도 하고, 앞 쪽에서 흘러오는 하천의 수해를 방지하는 기능도 하고, 타 마을과 우리 마을을 가르는 경계가 되는 곳이다. 자연재해가 있는 곳을 고쳐 마을의 성스러운 장소로 바꾼 것이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굿도 하고, 제사도 지내고, 잔치도 하였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며 어울리면서 살고자 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물씬 풍기는 전형적인 마을 숲이다.

넉바위 마을 사람들이 이 수살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현재 이 곳의 소유는 개인이 아닌 마을회로 되어있다. 수살 관리를 동계, 청년회, 마을회에서 하다가 한국전쟁 당시 공동재산을 인정하지 않아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경매로 나온 것을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찾아 온 것이다. 현재 마을회는 경매에 참여했던 19명과 20년 이상 거주 한 사람들로 조직되어 있다. 마을 전체가 수살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주체로 나선 것이다.

또한 70년대 개발의 광풍이 불어 실용적인 관점에서 수살을 없애고 논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도 이를 걱정한 몇몇 어른들이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산림청에 천연보호림으로 등록(85년 8월 27일) 했던 부분이다. 그때 천연보호림으로 등록을 해 놨기에 어쩌면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살을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과 구체적인 활동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소정리 넉바위 마을은 조선시대 전형적인 풍수지리에 입각한 전통 마을 숲의 전형이 남아 있어 학술적인 측면에서도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고, 수살이라는 마을 숲을 통해 전통 마을 공동체 문화를 보전하려는 스토리는 훌륭한 민속문화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천연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목들을 통해 산림자원의 유산을 남길 수 있는 가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수살에 방문하였을 때 시에서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방치되었던 이곳에도 이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서 참으로 보기 좋았다. 이런 관심이 좀 더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넉바위 마을의 전통 마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잘 보전하고 계승시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천연보호림 수살의 내부 모습과 위치도
   주변에 비닐하우스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어 수살의 가치를 반감시키고 있다.

 

먼저 마을숲을 보전 발전할 수 있게 주변 경관 정비가 있었으면 한다. 비닐하우스와 농자재 적재는 정비되었으면 좋겠다. 농사를 짓더라도 마을 숲인 수살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봤으면 한다. 누가 봐도 이곳이 세종시에서 마을 숲을 갖고 있는 전통 마을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동네라고 인정할 수 있게 말이다.

둘째 왕버들이 고사되는 자연 조건에 대한 제반 조사가 했으면 한다. 일제시대 때 하천 직선화로 일차적인 수살의 모습이 변형이 되었다. 거기에 얼마 전 만들어진 수살 아래 보 때문에 왕버들이 고사되고 있다고 하니 그 원인을 밣히고, 해결 방향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순응하는 마을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훼손하는 자손들이 될 상황이다. 자연유산을 보전하면서도 수량을 확보 할 수 있는 슬기로운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셋째로 마을 공동체의 중심인 수살제를 복원하였으면 한다. 수살제 복원은 잊고 있던 마을 공동체의 문화 복원이고, 우리 세종시의 문화 콘텐츠의 창조이다. 수살제가 복원되면 아이들에게는 지역 민속문화의 산 교과서가 될 것이고, 어른들에게는 전통문화의 계승자로 기억되게 할 것이다.

마을 숲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고, 마을공동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신앙이 녹아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우리 세종시에는 오백년 된 이런 마을 숲이 넉바위 마을에 수살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으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곳을 잘 보존 계승시켜 우리 세종시의 자연유산, 민속유산, 문화유산이 더욱 살아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임비호, 조치원 출생, 공주대 환경과학과 졸업,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종시 환경정책위원, 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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