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반대로 꼬여버린 행복도시특별법 개정
충북 반대로 꼬여버린 행복도시특별법 개정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9.21 0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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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자유한국당 공조로 법안 개정 '태클', 세종시 정치력 발휘 미흡 지적
   19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덕흠 의원<왼쪽>과 김현아 의원

지난 19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회의장. 행복도시특별법(행특법)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다.

"알앤디(R&D)쪽으로 대학설립을 한다고 하는 데 (충북, 대전 등) 인근 대학에 타격이 될 거에요. 오송 의료단지도 타격입니다. 하나씩 하나씩 (세종시가) 야금야금 먹게 되는 것이에요.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충북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소속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조성관련 근거조항’을 개정안에 넣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에서 (공동캠퍼스를) 추진하는 것이 곤란하다"고도 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충북도민들이 우려하는 것이 세종시장을 행복도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넣는 것이에요. 충북·충남·대전 등의 자치단체장이 같이 포함되게 수정해야 합니다. '변재일 의원 개정안'과 병합해서 같이 심사를 하는 것으로 검토하지요."

그는 행복도시추진위원회에 세종시장을 넣는 조항에 대해서도 강하게 들고 일어났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같은 당 소속 김현아 의원(비례대표)도 거들었다. "세종시장 빼고 통과 못해요? 이렇게 논란이 되면 여기서 굳이 세종시장을 못 박아서 하지 말고 빼는 것으로 하죠."

행복도시건설추진위원회에 세종시장을 포함시키는 안은 결국 이렇게 무산됐다.

◆충북도-자유한국당 공조로 행특법 개정 '고춧가루'

추진위는 민관 합동으로 행복도시 건설정책을 수립하는 기구다. 세종시는 추진위에 세종시장을 포함시켜 행복도시 건설 과정에 시의 발언권을 강화하고자 했다. 행복도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세종시장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틀어졌다. 충북 측의 치밀한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법안심사가 있기 하루 전 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 저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동료 의원과의 찰떡같은 호흡으로 이를 그대로 실행하는 저력(?)을 보였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의 반대 발언에 법 조항은 심의 한 번 없이 삭제됐다.

충북과 자유한국당의 공조로 만들어낸 '고춧가루'였다. 개정안 심사가 마무리되자 박 의원 측은 “충북 균형발전 저해 ‘행복도시특별법’ 독소조항 저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기세등등했다.

충북의 이 같은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1년 전인 2006년 지자체간 합의로 결정됐던 '서울~세종고속도로'를 노선이 확정된 아직까지도 반대하며 청주 경유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KTX세종역 설치 역시 오송역 기능이 축소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심지어 국회분원을 충북 오송에 설치하자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력 실종된 세종시, 언제까지 충북 탓만?

이번 행특법 개정안 법안심사 소위에선 ▲행안부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행복도시건설청의 일부 자치사무 세종시 이관 ▲행복도시 공동캠퍼스 조성 및 운영근거 마련 등을 포함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행복도시건설추진위원회에 세종시장을 포함하는 안을 비롯해, 자족기능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복도시 원형지 공급 대상에 '법인·단체' 추가 ▲교통시설 및 교통수단, 종합운동장 등 설치사업에 국비지원 등 핵심 조항들이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정치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행특법 개정안이 발의된 과정만 봐도 충북 측의 ‘태클’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충북이 지역구인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청주 청원)은 이해찬 의원이 내놓은 행특법 개정안에 대응해, 행복도시특별법 적용범위를 충북 등 광역계획권으로 확대 추진하는 내용의 또 다른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행복도시건설추진위에 세종시장 뿐 아니라 충남·북 도지사 및 대전시장 등 전체 충청권 광역단체장을 모두 포함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충북도 국회의원 전원의 서명도 받았다.

이번 개정안 심사 과정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충북 측의 막무가내 식 대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덕흠 의원은 법안심사 소위를 마친 후 "11월 있을 법안심의 시 충청권 전체 광역단체장이 행복도시건설추진위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재논의 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추진위에 충북이 들어간다면 그 이후는 불을 보듯 뻔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은 행복도시에 투입되는 행복도시 특별회계를 인근지자체에 나눠쓰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펼치고 있다. 행복도시 건설에 파열음이 생길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추진위에 충북이 들어간다면 차라리 지차제장이 전원이 빠지는 게 나을 것”이라며 “충북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논리로 추진위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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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2017-09-26 09:56:00
세종시장의 힘으로 뭘 해보겠다고 나설 때부터 알아본거야. 세종시가 뭔 힘이 있다고.... 정부 주도로 하게 했어야지. 자치권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건설청이 힘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밀어줄 때인데, 뭔 권한을 넘기라고 발광하고...한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