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그는 왜 시위대가 되었는가
택시운전사, 그는 왜 시위대가 되었는가
  • 강병호
  • 승인 2017.08.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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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 칼럼]'택시운전사'...왜 이 시점에 광주 민주화 운동 영화인가

<군함도>에 이어 영화 <택시 운전사>가 흥행몰이를 한다. 누적 관객 수는 이미<군함도>를 넘어섰다. 또 다른 천만 관객 영화 될 것 같다. 연출은 장훈 감독이고 <영화는 영화다(2008)>, <의형제(2010)>, <고지전(2011)>을 연출했다. 대부분 역사성, 사회성 높은 작품들이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는 상당히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화려한 휴가(2007)>, <오월愛(2011)>, <26년(2012)>이다. 광주민주화 운동의 정치사적 역사적 의미를 묻는 거창한 담론과는 좀 다르게 <택시 운전사>는 80년대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우디에서 목돈은 벌었지만 아내를 병으로 잃고 남은 돈으로 산 다 낡은 택시 한 대가 전 재산, 홀로 초등생 어린 딸을 키우는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그는 월세를 갚기 위해 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 채 외국 손님을 태워 남쪽으로 향한다.

   택시 운전사, 그는 평범한 소시민이었으나 광주의 문제를 보고 점차 외부에 이를 알리는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

김만섭의 택시를 탄 사람은 1980년 혼돈과 폭력의 한국을 취재하러 온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토마스 크레취만)다. 그는 실제 인물이다. 계엄령으로 진입이 어려운 광주를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두 사람에게 광주는 시위의 혼란과 계엄군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힌스페터 기자를 광주에 데려간 김 기사 아저씨... 하지만 계엄군 폭력과 이에 대항하는 광주의 대학생, 그는 시민들에게 점차 동화되어 간다.

그는 엄청난 역사의식과 시대적 소명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저 택시비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야 한다는 소시민들이 갖는 작은 사명감만 가졌을 따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이러한 소박한 생각이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발전한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인물들도 첨예한 운동권 논리와 10.26 이후 한국 민주화를 걱정하는 사명감 보다 그저 매일 매일 상식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소 운동권도 아니고 대학 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대학을 간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그러나 양심과 상식, 인간의 도리 면에서 이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 보다 사람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항하다 보니 광주라는 시대의 비극과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된 것이다.

지금 왜 이 시점에 광주 민주화 운동 영화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택시 운전사>를 관람했다는 사실로 영화가 가진 가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영화를 포함한 예술은 과거를 해석하고 상처를 씻기고 내일을 상상하게 하는 역할이 있다. 그래서 예술인은 평범한 사람과 다르다. 광주의 그 혼란과 학살이 자행 된지도 벌써 37년이 흘렀다. 그 해 태어난 아기 있다면 벌써 중년으로 접어들어 초·중등생 자녀들도 있을 만큼 시간은 흘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금기어들이 있다. 아니 그 금기에 대항하는 것이 투쟁으로 보여 지던 때도 있었다. 군사독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광주 이젠 그 굴곡에서 벗어나고 싶다.

최근 우리영화에 천만 흥행공식은 <재벌(베테랑))>, <일본놈(군함도)>, <군사독재(택시 운전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사)>를 까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재벌>은 까면서 재벌들이 마련한 배급망과 상영관은 독점한다는 것이다. 이제 천만관객 영화 제작방식도 산업화 되었는가?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 문화 환경에는 미래를 상상하게 할 SF영화는 제작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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