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없는 설 명절 기대했어요"
"'꼰대'없는 설 명절 기대했어요"
  • 강수인
  • 승인 2017.01.31 13: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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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칼럼]나름의 방식, 존중해주는 미국의 명절

 

   미국에 있을 때 한국인 아이를 입양한 가족과 친분이 있어서 크리스마스때는 미국인이 초청을 했었고, 설날에는 우리가 초청해서 가족간 오붓한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사진은 당시 가족 간 윷놀이하는 장면>

사회가 어수선하다보니 설 명절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작년 10월 이후로 홈쇼핑 매출도 드라마 시청률도 줄었다지만, 뉴스를 보고 상심하는 서민들의 한숨은 늘어만 가니 가슴이 답답하다. 가족들이 모여 앉은 설 밥상의 화두는 단연 정치얘기가 아닐까 싶다.

국정농단이란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맞이하면서 세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사과문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극명한 반응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대체로 70~80년대를 겪은 장년층에서는 대통령이 ‘그 정도 사과했으면 되었다’는 반응이 많아 보였고, 2030세대는 잘못을 시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듯했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하여도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큰 것이 현재 세대 간의 모습인 것이다.

사실 사과란 남 탓을 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시인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의지를 보이고 과오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말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며 살아왔던 세대에게는 사과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큰 세대가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꼰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최근 꼰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언급되는데 언뜻 들으면 아저씨나 아줌마같이 나이 먹어서 고집스러운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꼰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켜서 남에게 주입시키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미국에서도 성탄절이나 추수감사절과 같은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인다. 그들은 같이 음식을 만들고 서로의 고유한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들어주며 배려를 해준다. 나이를 떠나 나름의 생활방식과 생각을 존중해주고 다름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에 마지막에 헤어질 때는 따뜻한 포옹과 인사말로 마무리 된다.

그런데 우리의 명절은 남녀와 나이를 가장 분명하게 인식시켜 준다. 때문에 해마다 명절을 전후로 한 가족 간의 사건사고와 높은 이혼율이 이젠 더 이상 놀랄 만한 뉴스가 아니다. 그만큼 명절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만남의 행복감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시간이다.

2017년, 많은 이들이 소망하는 키워드로 행복이란 단어를 꼽았다. 우리나라가 삶의 질 평가에서 OECD 회원국 중 보건의료, 복지수요 면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국민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것은 행복이 단순한 외형적인 것이나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대선을 앞두고 여러 대권주자들이 설 민심을 파고들 꼰대의 역할을 기대하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들의 예상이 어긋났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각자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하는 꼰대 없는 설날이 되면 다음 명절도 기다려 질 텐데 말이다.

 

강수인대전출생,대전여고,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우송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박사과정,전)침례신학대학 영양사,전)카페 어니스 대표(창업),전)대전보건대 외래교수,현)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KBS, 아침마당(대전)패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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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2017-04-14 10:45:41
감명깊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