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충북도, 오송역 택시요금 인하 속셈은?
세종시-충북도, 오송역 택시요금 인하 속셈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1.26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KTX세종역 설치 반대 명분" vs 세종 "터무니없는 얘기"

 충북도가 '정부세종청사~오송역' 간 택시요금을 인하하기로 발표하자, 세종시 역시 요금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며 맞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오송역 주변 택시 모습>
충북도가 '정부세종청사~오송역' 간 택시요금을 인하하기로 전격 발표하자, 세종시 역시 요금인하 카드를 꺼내 들며 맞대응에 나섰다.

충북 측은 요금인하로 KTX세종역 신설요구를 막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는 KTX세종역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KTX세종역 신설을 놓고 양 자치단체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충북도 '오송역↔정부세종청사' 택시 복합할증 폐지

충북도는 지난 25일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승훈 청주시장, 충북 택시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내달 20일부터 오송역~정부세종청사 구간을 운행하는 청주지역 택시에 적용하던 복합할증 요금 35%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요금 인하의 표면적 이유는 '이용객들의 교통편의를 증진'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역~오송역까지의 KTX 요금이 1만 8500원(51분 소요, 성인 기준)인 반면, 오송역~세종청사까지 택시요금은 무려 2만1000원대(20분 소요)에 달하기 때문. 택시요금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앞으로 택시요금은 오송역에서 세종청사까지는 미터기 거리요금 기준 20,360원에서 복합할증 분 4,720원(23.2%) 을 뺀 1만 5,640원으로 인하된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오송역' 요금 인하 맞불

그러자 세종시 역시 하루 뒤인 26일 "2월중으로 정부세종청사~오송역 구간 택시요금을 1만 6천원으로 인하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1만 9천원 대였던 요금을 3000원(16%가량) 내린 1만 6천원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충북 택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본 운임체계는 그대로 두고 이 구간에만 별도의 운임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요금체계는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한 1-5생활권 어진동에서 출발할 경우로 한정된다. 택시업계 손실분은 카드 수수료 지원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상향해 보전해 주기로 했다.

시는 최근 택시업계 대표와 노조, 개인택시와의 협의를 통해 최근 이 같은 요금 인하안에 전격 합의했다. 시 관계자는 "세종과 청주의 택시 요금체계가 다르고 사업구역 외 할증부과 등 택시요금이 비싸 택시요금 체계를 개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송역 주변 택시 정차장에 'KTX 세종역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택시요금 인하, 양측의 속셈은?

충북은 '오송역~세종청사' 택시요금 문제를 KTX 세종역 신설 문제와 결부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KTX세종역 설치 타당성 용역 결과가 4월경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반대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요금 인하 카드를 단독으로 꺼내든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간 세종과 충북은 택시요금 인하를 두고 수차례 협상을 거듭해 왔지만 택시업계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충북은 이번 택시 요금체계 개편으로 KTX세종역 설치 명분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눈치다.

충북 측은 요금 인하를 발표하면서 "택시요금이 비싸 KTX세종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세종지역 정치권의 주장이 더 이상 설득력을 잃게 됐다"며 "세종역 신설 백지화와 충청권 균형 발전을 염원하는 162만 충북도민의 결집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종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선을 긋고 있다. 택시요금 인하는 KTX세종역 신설 문제와는 별도로 논의해야 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일각에서 택시요금 문제를 KTX 세종역 신설 문제와 결부하려는 시각이 있다"면서 "이 문제는 세종청사와 오송역을 오가는 시민 불편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추진한 사안"이라고 분명히 했다.

충북도는 이번 복합할증 폐지에 맞춰 오송역과 세종청사 구간을 '택시공동사업구역'으로 지정해줄 것도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청주 택시가 세종청사 부근에서, 세종 택시는 오송역 부근에서 영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택시가 상대방 지역에서 주·정차해 고객을 태울 수 없다.

하지만 '택시공동사업구역'은 세종으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다. 양 측 택시 규모가 '하늘과 땅' 차이여서 불공정 경쟁 및 불법 관외영업 성행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 실제 청주에서 영업 중인 택시는 4,145대로 이중 오송역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택시는 100대가 넘는다. 총 282대에 불과한 세종 택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택시요금 개편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종 택시업계는 공동사업구역이 허용될 경우 청주 택시가 세종까지 진출해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는 현재 음성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주변 자치단체 택시의 불법 관외 영업에 대해 승객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강력한 단속으로 근절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시는 충북 측의 택시공동사업구역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택시 요금 인하와는 별도로 KTX세종역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