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 노래로 봉사하고 싶어”
“세종에서 노래로 봉사하고 싶어”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7.01.14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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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금강변에 카페식당 차린 교사출신 최성일 가수

 지난해 5월 9일 방영된 KBS1TV 가요무대 효특집에서 최성일 가수<사진 왼쪽>가 아들과 함께 노래부르고 있다. 
"인생이 무엇이냐 사는 게 무엇이더냐/한번 왔다 가는 인생 후회를 하지 마/이런저런 미련도 갖지 마/세상사 고달픔 속에 시달릴지라도/참고 사는 게 인생인 것을/탈도 많고 말 많아도 이해하며 사는 거야/ 둥글둥글 웃으면서 사는 거야”

공업고등학교에서 34년 간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가수로 데뷔한 교사출신 가수 최성일씨(67)가 2010년 가수로 데뷔할 때 부른 ‘둥글둥글’의 가사내용이다.

최성일 씨는 종종 노인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어르신들에게 노래봉사를 하면서 틈틈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주고 때로는 안아주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그에 화답하듯 박수를 쳐주고 잡은 손을 놓을 줄을 모른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최성일 가수의 얼굴에 한 가득 웃음을 띠며 걱정이 없어 보인다. 관객들 앞에선 노랫말처럼 둥글둥글 살아가자며 항상 웃음을 보이는 최성일 가수는 그동안 수없이 남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정신지체 1급과 간질장애 2급을 앓고 있는 아들과 치매와 신장암으로 투병하다가 2014년 돌아가신 노모가 생각나서다.

 최성일 가수가 요양원에서 노래를 하면서 막간을 이용하여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성일씨는 1950년 충남 논산군 성동면에서 태어난 후 공무원인 아버지(함열면장)의 직장을 따라 전북 익산군 함열면으로 이사를 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최성일은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를 따라 동네노인들 모인 곳에 가서 제법 노래를 불러 칭찬을 받았고, 초등학교 2학년 때에는 함열면사무소에서 노래를 부르며 녹음기라는 것을 처음 접해봤다.

이후 최 씨는 학창시절 노래대회에 나갈 때마다 입상을 할 정도로 노래를 잘했고, 1969년 19세 때 전주문화방송 주최 가요제에서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불러 대상을 차지했다. 그로 인해 한 때 가수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딴따라는 안 된다’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그 꿈을 포기하고 홍익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하여 교사자격증을 취득, 평범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다.

1978년 충남기계공고에 처음 교사 발령을 받은 후 2012년 대전공고에서 정년을 할 때까지 열심히 특성화고교 기계과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가수의 꿈과 끼는 종종 회식자리에서 발휘했고 마침내 주변의 권유와 자신의 용기로 환갑의 나이인 2010년에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최 씨는 살면서 가장 가슴이 저려오는 문제가 아들이다. 올해 36세인 지체장애인인 아들과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 1999년 세종시 금강변에 터를 마련하고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하여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종시 금남면 원봉리 금강변에 3층 건물을 완성했다. 1층엔 부인 유재순 씨(다도 선생)가 다도실을 운영하고 있고, 2층 식당(금수강산)과 3층 카페(강 언덕에서)는 개업하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최성일 가수는 봉사하는 말년을 이루기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고 노동자로 변신하여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 갔을 때 만난 최성일 씨는 가수의 모습은 전혀 없고 머슴 차림의 노동자였다. 3층 옥상에 태양열시설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고, 주변시설 정비를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최성일 씨의 곁에는 전통 다도와  전통 음식 제조로 유명한 부인 유재순 씨가 마침 다도교실을 열고 강의 중에 있었다. 인천지역에서 20여 년 간 다도강사를 한 전통다예가 유재순 선생은 부군인 최성일 씨와 함께 메주를 쑤어 전통된장과 장아찌 20여 종을 지하실 발효실에서 숙성하여 장차 판매할 생각이다. 봉사를 하려면 기본적인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멋진 카페와 맛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봉사와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에 마음을 두고 있다.

“장애인 아들도 가수 만들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 전하고 싶다”

           최성일 가수의 음반 발표회 포스터
최성일 가수의 아들 최청범 씨(36세)는 백일이 채 되기 전부터 경기를 일으켜 당시엔 유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경기를 자주 일으키더니 10살이 넘으면서 결국 간질 판정을 받게 됐다. 간질 수술을 받았지만 큰 차도가 없었고 자폐증상까지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현재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의사표현도 서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가르친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할 때는 표정이 살아나고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최 씨는 그런 아들 최청범 씨를 가수로 만들어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악 봉사를 함께 하고 싶어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최 씨는 “아들이 노래를 불러 중증장애인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몫을 당당히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며 “장애인들이 아들을 보면서 희망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첫 취입곡 둥글둥글의 1절 가사  
최 씨는 요양원이나 고아원, 장애인들이 다니는 특수학교 등 그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노인들이 많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봉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생전에 오랫동안 반신불수 상태로 요양병원에 누워있었던 어머니, 또 요양원에 누워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최 씨는 “봉사를 다니다 보면 열악한 시설에서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며 “앞으로 재능봉사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설에는 적으나마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 씨는 팬션을 착공하여 내년 말 완공하고,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미니예식장(재혼자 등 조촐하게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곳)도 건축하고 인근 금강변 자전거도로 이용자를 위해 샤워시설도 구비할 계획이다. 또한 지하실에 음악실을 구비하여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는 가수지망생도 키워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성일 가수는 현재 ‘금수강산’식당과 ‘강 언덕에서’카페를 운영하며 가수, 품바, 기타리스트 등으로 구성된 금수강산예술회의 회장과 봉사모임인 둥구나무회장을 맡아 2009년부터 장애인시설, 노인요양원 등에서 300여 회 봉사공연을 했다.

최성일 가수는 “말년을 제2의 고향인 아름다운 세종시에서 조금이나마 봉사하면서 살게 되어 감사하다”며 “사는 게 별 것 없습니다. 혼자 힘들어 하지 말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도우며 살면 그것이 행복한 것 같습니다. 남을 원망하며 남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둥글둥글 웃으며 살아갑시다”고 당부했다.

 충남산림박물관 인근 금강변에 금수강산 식당과 강언덕에서 카페가 아름잡게 자리하고 있다.
 대장금 복장을 입은 다도교실 수강생들이 금강변을 바라보면서 전통자를 시음하며 힐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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