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이대로는 안 된다
세종시 아파트, 이대로는 안 된다
  • 송두범
  • 승인 2016.11.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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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칼럼]전국 최고의 아파트 도시 행복도시를 위한 고언

고대 로마의 영토가 확장되면서 한정된 면적에 수많은 거주민 유입되면서, 인술라(insula) 라는 오늘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등장하게 된다. 로마 대화재 이후 로마 시에는 무려 50,000채의 인술라가 건축되었으나, 로마 멸망 이후 인구감소로 인술라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일제 강점기였던 1932년 서울 충정로에 세워진 5층짜리 충정아파트라고 한다, 준공당시에는 풍전(도요타)아파트라 불렸으나, 후에 유림아파트, 현재의 충정아파트로 이름을 변경했다고 하며, 아직도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 국내 최장수 아파트라고 한다. 해방이후 최초의 아파트는 1959년에 지어진‘종암아파트’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건축된 것은 산업화 및 도시화로 대표되는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이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구가 집중된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형태이다.

   세종시 아파트는 고령화 시대, 젊은 층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해 미래를 예측하면서 건설해야 한다.<사진은 한솔동 첫마을 6단지 아파트에 들어선 북 카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 아파트는 전체주택의 59.9%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종시는 76.8%로 전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비율은 48.1%이지만, 세종시는 62.4%로 광주광역시(65.1%)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세종시 읍면지역과 동지역 모두를 포함한 것으로, 신도시(동)지역만을 본다면, 아파트 비중과 거주가구 비중은 95%를 넘어 전국 최고일 것으로 판단된다.

세종시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세종시의 완료시점이 2030년까지 아파트는 지속적으로 건설될 것이며, 세종시의 대표적인 주거유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아파트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건설되겠지만, 세종시 아파트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파트는 속성상 도시와 어울리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단지 내 개별 가구들과 소통과 교류가 부족한 채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세종시의 아파트 역시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세종시에서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와 이에 따른 아파트의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첫째, 1인가구의 증가는 공유주택 등 기존의 아파트와는 다른 컨셉의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공유주택은 침실, 화장실 등 개인생활에 필수적이 공간만 개인공간으로 설계하고 휴게공간, 주방, 목욕탕, 식사공간 등은 공동사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공유주택은 시설의 공유를 통해 이웃과 빈번한 교류를 통해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 현재 세종시 신도시지역은 젊은 계층이 거주하는 도시로 다른 도시에 비해 젊은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명의 증가로 고령화는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고, 이에 대비하여 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수요가 급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노인들의 돌봄에 대비할 수 있는 아파트인프라 구축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세종시에서 새롭게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는 미래 세종의 도시변화와 가족구성, 시민들의 생활방식 등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단지내 공유공간은 입주민들이 복합커뮤니티센터까지 이동하지 않고서도 다양한 문화예술 및 스포츠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여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개별단지 지상주의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개별아파트 입주민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어야 하고, 관리의 효율성은 보장되어야 하겠지만, 단지의 벽을 넘어서는 열린공간, 교류와 협력의 공간으로 변화해야하고, 아파트 안보다 아파트 밖 모든 시민이 사용하는 공적공간을 매력적으로 조성하여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에만 머물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섯째, 지금과 같이 발코니가 확장된 획일화된 아파트, 효율성을 최우선시 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발코니와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들이 군데 군데 건설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의 가치가 위치와 건설사의 지명도가 아니라, 건축미와 예술성으로 측정될 수 있어야 한다. 도시는 건축물들의 집합체이다. 아파트도 충분히 아름답게 건축됨으로서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지금과 같이 높아만 가는 아파트는 이웃 간,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바벨탑처럼 하늘을 향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파트의 층고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쉽게 땅을 밟을 수 있도록 건축된 아파트들이 세종시에서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자연을 닮아 가는 아파트를 미래에는 만나고 싶다. 아파트내에서 옥상텃밭이든 상자텃밭이든 도시농업이 일상화되어 이를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입주민들이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는 그런 아파트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

     
 
 
 
송두범, 영남대 졸업, 행정학 박사(지역사회개발전공), 충남발전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및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행복도시건설청 세계최고도시만들기 포럼위원, 세종문화원 이사, 이메일 : dbsong@cdi.re.kr

어떤 이유에서든 세종시가 젊은 세대, 미래세대가 선호하는 도시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젊은 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들이 어울려 사는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매력있는 주거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세종시 건설주체들은 아파트의 미래를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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