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캐릭터 맞지 않고 황정민은 과다...
정우성 캐릭터 맞지 않고 황정민은 과다...
  • 강병호
  • 승인 2016.10.0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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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 칼럼]김성수 감독 아수라, 경계선에 서 있는 애매한 영화

김성수 감독의 영화 <아수라>가 개봉됐다.

아수라(阿修羅)는 아수라장이라고도 하고 불교에서 따온 제목이다. 아수라는 호법선신(護法善神) 또는 귀신같은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다.

아수라는 수라세계의 많은 귀신의 총칭이기도 하고 아수라도(阿修羅途)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를 의미한다. 즉 지옥과 현세의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작품과 매우 비슷한 내용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로 미국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감독의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이 기억난다.

   영화 '아수라'는 사회 비리를 파헤치고 있지만 정우성과 황정민의 캐릭터가 맞지 않아 감동을 반감시키고 있다.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권력과 이권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안남시 (안성과 성남의 혼합인가?)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지저분한 일들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박성배는 한도경 아내의 배다른 오빠이기도 하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는 천천히 죽어가고 수술비를 핑계로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돈 되는 건 뭐든 하며 악의 세계로 점점 들어가는 한도경 형사.

한편, 선거법 위반으로 박성배를 엮어 넣으려는 재판에서 지자 검찰은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악덕 검찰 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을 안남시로 내려 보내 한도경 형사를 협박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 시장의 수하로 들여보내고, 그는 어느새 악의 축 박성배 곁에서 악마가 되어간다. 서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 영화는 점점 현실이 지옥이 되는 아수라장을 꼼꼼히 보여준다.

아수라가 지옥과 현세의 중간이라면 영화 <아수라>도 내용과 형식에서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어 가치와 재미를 반감하게 한다. 먼저,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과 달리 <아수라>는 영화가 한국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암시를 주고 있다.

김성수 감독은 한국의 왜곡된 권력의 추악함을 투영하며 <베테랑>같이 현실 고발로 가던지 <저수지의 개들>같이 인공적 미장센과 현실과 소외된 플롯을 통해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비현실적으로 잔혹하게 드러내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했다. 이와 같은 선명함을 통해 영화는 보다 높은 완성도를 가져갈 수 있었다.

둘째, 배우 정우성의 롤이 애매하다. 김성수 감독은 1997년 <비트>로 정우성과 같이 했다. 두 팔 크게 벌리고 바이크를 타는 청춘, 반항의 상징 정우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마흔 넷, 중년 정우성이 맡기엔 극중 <한도경> 형사 역할은 너무 더럽고, 후지고, 양아치 같다. 꽃미남, 패션 모델, 남성 명품 잡지에나 나올 얼굴이 갑자기 골목 밑바닥을 헤매는 악덕 형사로 나오니 관객들도 헷갈린다. 검사에게 이빨이 흔들릴 정도로 맞아도, 조폭들을 죽일 정도로 두들겨 패도, 양아치 같이 유리컵을 씹어도 왜 그에게서는 건달 느낌이 나질 않나? <한도경>역에 정우성은 아니다. 몰입감을 낮추게 한다.

더 문제는 이전 영화에서 나온 캐릭터와 겹치는 배역이 많다는 점이다. 곽도원의 <김차인> 검사역은 <범죄와의 전쟁(2011)>에서 검사, <변호인(2013)>에서 수사관 역과 정만식의 <도창학> 수사관역은 <끝까지 간다(2013)>의 최형사 역과 흡사하다.

셋째, 배우 황정민의 과다한 출연이다. <아수라>, <곡성>, <검사외전>, <히말라야>, <베테랑> 두세 달마다 거의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로 스크린에 나타난다. 솔직히 이젠 많이 과하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지금 한국영화는 위기다. 비슷한 배우들, 늘 비슷한 배역, 대형 제작사를 앞세우고 안정적인 배급만 찾는 제작관행...1990년대 초 홍콩 영화계와 비슷하다. 문제는 이러다가 영화계 전체가 홍콩 같이 폭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영화계는 저승 맛을 보기 전에 처절한 경쟁의 <아수라>를 먼저 경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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