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결혼 언제 하니?"
"너~ 결혼 언제 하니?"
  • 강수인
  • 승인 2016.09.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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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 칼럼]명절이 우리에게 주는 새로운 메시지

 

   미국 현지에 있을 때 아이들 튜터(개인교사)선생님이 추수감사절에 우리 가족을 초청해서 칠면조에 얽힌 얘기를 들려 주었다.소원을 비는 칠면조뼈(wishbone, 칠면조의 가슴부위 Y자 뼈)를 두명이 잡아당겨 부러뜨려서 큰 쪽을 잡은 아이의 소원을 들어 준다는 이야기였다.

추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얼마 전부터 추석맞이 신풍속도를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자주 들어왔다. 예전엔 차례 상차림이나 귀성, 성묘의 모습을 다루는 내용이 많은데 반해 언제부턴가 이런 모습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부부의 해외여행을 안내하는 관광이벤트 상품이 인기를 끈다든지, 온 가족이 영화 한 편과 외식으로 추석을 보내는 내용이나 가족단위로 음식을 준비해서 콘도 같은 장소에서 연휴를 즐기는 포트락(potluck) 파티가 이젠 낯설지 않다.

 

이런 변화를 누구는 '중년의 반란'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동안 형식에 얽매이고 남녀 차별적인 의식과 문화에 억눌렸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년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몸짓이라고 한다. 추석, 설과 같은 명절을 계기로 조상을 기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마음 편하고 서로 위로하는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의 명절 풍속도를 보면 명절을 기다리고 반길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들의 대화 속을 들여다보면 따뜻함과 반가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결혼, 취직, 수능, 승진 등 참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되나 싶을 만큼 조심스런 소재들을 불쑥 불쑥 던져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을 것이다. '친척이니까, 관심이 많으니까'라고 이유를 말하겠지만 가까운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사람은 관심이 아니라 공격적인 사생활 침해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그런 자리에 가고 싶을까.

아무리 아랫사람이라도 숨기고 싶은 것이 있고, 윗사람이라고 해도 말하지 말아야 것이 있는 법이다. 거두절미하고 꼭 이 순간에 맞는 명언(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생각나서 소개한다.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가졌다고 다 빌려주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라.

이렇듯 명절에 한번 만날까 말까하는 가족모임 조차 부담스러운데 우리 자녀들에게 올바른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나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요즘 혼술, 혼밥이란 유행어가 있다. 혼자 술 먹고 혼자 밥 먹는 혼자문화를 지칭하는 것인데 1인 가족의 증가와 더불어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가면을 쓰고 공격적인 문자, 카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더 익숙해져서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미숙한 인간관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래서 명절은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절기라고 본다. 다만 시대적으로 불편하고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인간관계에 미숙한 서로에게 위로하고 응원하는 명절이 되었으면 싶다. 많이 안다고 가르치지 말고 많이 가졌다고 박탈감을 주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기다려 줄줄 아는 그런 가족문화가 형성 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기간에는 여행 관련 업종, 특히 호텔 등의 숙박비가 가장 저렴하다. 여행보다는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인들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을까 아니면 서로의 크고 작은 일에 관심이 없을까. 우리는 예부터 서양보다 정에 기반한 가족문화가 발전하였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자화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그러한 문제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아는 대로 실천하지를 않는다. 매일 같이 논어, 맹자를 귀와 입이 닿도록 외고 또 외면서도 실천하고 있지 않은데서 모든 문제는 비롯되었다고 본다. 논어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이 있다. 아는 대로 몸에 익히면 다 해결될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주문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부터 말이다.

 

강수인대전출생,대전여고,충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우송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우송대 Culinary MBA 석사, 박사과정,전)침례신학대학 영양사,전)카페 어니스 대표(창업),전)대전보건대 외래교수,현)우송대 외식조리학부 초빙교수,KBS, 아침마당(대전)패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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