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회의원(무소속, 세종시)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의원 전원주택 인근 밭에 뿌려진 퇴비 냄새와 관련, 세종시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공무원들을 향해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민원 해결을 위해 행정부시장까지 동원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1일 세종시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전동면 소재 이 의원 자택 인근에 밭을 소유하고 있는 A씨가 발효 퇴비를 뿌리면서 부터다.

A씨는 아로니아 재배를 위해 300여평의 밭에 약15톤의 퇴비를 지난달 10일 가져다 놓고 11일 살포한 후 12일 땅을 갈아엎었다. 이후 악취가 발생하자 이 의원은 시 측에 민원을 제기했고, 행정부시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현장을 찾은 환경정책과 간부 등 시 공무원을 향해 호된 질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밭 소유자 A씨는 21일 퇴비 전량을 수거해야 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서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냄새의 정도에 대해서는 "매우 심해 참을 수 없었다"는 입장과 "별로 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으며, 공무원들을 향한 고압적 자세가 있었는지 여부도 의견이 갈린다.

이에 대해 이해찬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뿌린 퇴비는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가축 분뇨를 그대로 뿌린 것으로 보인다. 인근 주민들이 악취를 없애달라고 의원실에 민원 해결을 부탁했다"며 이번 사건이 '갑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민원 해결 과정에서 '국회의원 특권의식'으로 보일 만한 소지가 다분했다는 점이다.

'악취 정도'와 '퇴비의 환경오염 기준치 초과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국무총리까지 지낸 7선의 국회의원이 행정부시장에게 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결을 주문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종시가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나치게 과잉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는 당시 밭에 뿌려진 퇴비가 환경오염 기준치를 초과했는지 여부에 대해 관계기관에 검사 의뢰한 상태다. 이 퇴비는 천안지역 업체가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춘희 시장은 1일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 의원의 행동이) 국회의원으로서 국정수행과 관련한 고유 업무수행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다"며 "다른 시민들의 민원과 마찬가지로 성의껏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인근 주민도 이 의원과 비슷한 민원으로 (냄새로 인해) 잠을 못잘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 잠을 청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악취가 심했음을 전했다.

행정부시장에게 민원 해결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처음 조치원읍에 민원이 접수되고 1주일 가까이 처리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과거 총리 재임 시절 함께 근무해 편하게 생각했던 한경호 행정부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