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외면하는 LH 공공분양, 이대로 괜찮나
서민 외면하는 LH 공공분양, 이대로 괜찮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07.27 18:2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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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힐스 추가모집에 무주택자 아닌 인원 47,320명 접수, 281대 1 경쟁

   LH가 무주택자 등 서민들을 배려할 수 있는 공공분양 청약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세종펜타힐스 견본주택 모습>
세종시 고운동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결혼 5년차 주부 김모씨(39). 김씨는 지난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3-3생활권(소담동 M6블록 1,522세대) 공공분양 아파트 '펜타힐스'에 청약했다가 탈락했다. 자격 요건은 되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했다.

특별공급에서 1254세대 모집에 1593명이 지원해 1.27대1의 경쟁을 보였고, 일반공급에서는 637세대 모집에 3848명이 몰려 6.04대 1로 전 타입에서 1순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22일 이 아파트가 추가모집 공고를 낸 사실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통상 예비당첨자 선에서 계약이 마무리되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추가모집 조건 또한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초 청약을 받을 때와는 달리 조건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유주택자는 물론 청약통장이 없어도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이른바 '무순위' 선착순 방식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추첨으로 뽑는 것이었다.

김씨는 "무주택 서민을 위해 주택을 공급해야 할 LH가 무주택자들의 주택마련 꿈을 빼앗고 있다"며 관계 당국의 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LH의 '공공분양아파트 청약 방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씨의 경우처럼 주택마련이 절실한 서민들이 외면 받고, 유주택자 또는 투기세력들이 공공분양아파트를 분양받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공공분양아파트 청약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3년 내에 청약 당첨사실이 없어야 하고 무주택 조건을 비롯해 자산보유기준과 소득기준 등도 면밀하게 따진다.

문제는 당첨자에 '부적격자'가 대거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부적격자를 청약 과정에서 미리 걸러내는 것이 아닌, 당첨자 발표 후 걸러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때문에 자격이 되는 청약자가 대거 탈락하는 부작용도 일고 있다.

당첨자 발표→부적격자 통보→계약→ 예비당첨자 계약→추가 모집 등의 과정이 이어지면서 행정력 낭비라는 악순환도 벌어지고 있다. 부적격자를 미리 걸러낸 후 추첨을 한다면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공공분양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펜타힐스 당첨자 1522명 가운데 부적격자는 수백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비당첨자 300여명에게 기회가 넘어갔지만, 결국 미분양이 168세대나 나왔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LH는 추가 모집을 진행하면서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지 않고 '무순위' 추첨 방식을 적용했다. 그러자 투기로 의심되는 세력이 대거 몰려들었다. 실제 168세대를 모집하는 데 전국 각지에서 무려 47,320명이 접수하면서 281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초 청약 시에는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었지만, 추가모집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청약 기회를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공공분양의 취지에도 어긋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청약 방식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상 적법한 것으로, 이미 관행화됐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일이 매번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주택 서민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위해 일해야 할 LH가 무주택자들을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H 관계자는 "청약자들의 소득, 금융, 자산 등 여러 조건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기관으로 부터 자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당첨자 선정 전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것은 현 시스템 상으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 모집 과정에서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펜타힐스는 선시공 후분양 아파트로 내년 10월 입주가 예정되어 있어 분양 일정이 촉박, 자격요건을 완화해 접수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LH는 펜타힐스 추가모집 168세대에 대한 계약을 27일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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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 2016-08-02 23:13:22
서민 쥐어짜는 정부....

김영란 법 2016-07-30 09:06:12
취지에 맞는지 몰라도 김영란법 시행되면 세종시 전역에 특히 공무원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겁니다. 두고보세요....

김판수 2016-07-29 15:56:19
이나라에서 힘없고 없는사람 산다는게 힘드네요
열심히 저축해도 올라가는 전세값은 감당하기 힘들고..
서민들을 위한다는 정책은 허구로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