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같은 유럽·아시아의 전쟁에 참가했지만 그것도 젊은이들을 먼 해외에 파병하는 것이었지 자기 앞마당에서 피 흘리는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침략, 전쟁, 테러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공포 심리를 완화시켜주는 문화 콘텐츠도 많이 제작되었다.
1950·60년대 냉전 기간에 핵전쟁(核戰爭) 공포는 미국 중산층의 잠재의식에 전염병같이 퍼져있었다. TV 드라마 <전투(Combat)>는 미국 ABC방송사에서 1962년부터 1967년까지 방영한 장수 전쟁 드라마인데 5개 시즌에 총 152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매회 마다 2차 대전에서 나찌 독일군과 전투에서 승리하는 미군의 모습을 보여줘서 전쟁은 결국 미국의 승리로 끝난다는 확신을 대중에게 심어주었다. 문화 콘텐츠가 집단 신경 안정제 역할을 한 것이다.
<런던 해즈 폴른>도 비슷하다. 이 영화는 <에어 포스 원 (Air Force One 1997)>과 <백악관 최후의 날 (Olympus Has Fallen, 2013)>과 비슷한 플롯을 갖는다. <에어 포스 원>, <백악관 최후의 날> 두 영화 모두 테러집단 공격을 받은 대통령을 소수의 경호원들과 대통령이 영웅적으로 제압한다는 점에서는 지금 개봉한 <런던 해즈 폴른>과 비슷하다.
<에어 포스 원>에서는 러시아 테러리스트가 <백악관 최후의 날>에선 엉뚱하게 북한이 적으로 등장한다.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도 위 두 영화와 판박이 같은 소재와 스토리텔링 구조다. 다만 테러리스트가 이슬람이란 점만 다르다.
영국 수상의 급작스런 장례식 참석을 위해 전 세계 정상들이 런던에 모이기 된다. 런던 도심 전체 동시 다발 테러가 일어나고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5개국 정상이 테러에 희생되고 미국 대통령은 납치당한다. 영국경찰 안에 이슬람 테러집단과 내통하는 간부가 있어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없는 혼돈 속에서 비밀 경호원 마이크 배닝은 영국 정보국 MI6과 함께 전 세계를 위협하는 이슬람 테러 조직의 세력을 막기 위해 나선다.
이 영화의 백미는 템즈 강변에 세인트 폴 대성당,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붕괴되는 장면이다. 비록 컴퓨터 그래픽이지만 세계인에 익숙한 런던의 풍경들이 잔인하게 날아가는 장면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게 된다.
특히 첼시교의 철골이 휘어지며 강 아래로 추락하는 차량들의 모습 등 육해공을 넘나들며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테러 장면들은 긴장감도 자아낸다. 첼시 다리에서 강에 빠져 죽는 정상은 일본 수상이란 점도 흥미롭다.
<바박 나자피> 감독은 복잡한 테러 장면을 연출하면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디테일을 살리는 데 집중했고, 헬기 추락씬부터 테러 장면까지 정교하고 세심하게 담아 내 영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경호원 배닝역에 <제리드 버틀러>, 미국 대통령 역에 <아론 애크하트>, 미국 부통령 스피커 드럼블에 <모건 프리먼>이다 (이 분 없인 헐리우드 영화가 제작 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영화는 2001년 9.11 테러,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테러 그리고 2015년 파리 테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글로벌 테러로 전 세계에 긴장감이 감돌지만 결국 미국이 테러에서 세계를 구한다는 아니 구해야 한다는 단순, 무뇌적(無腦的)인 스토리를 충실히 담고 있다.
|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은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트럼프 지지자들 지적 수준에 어울리는 영화다. 서방 특히 미국은 중동, 이슬람 테러에 원죄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들도 알아야 한다. 일본 수상 아베는 안중근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했다. 국제분쟁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단순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3월 26일이 안중근 의사 순국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