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함께 먹는 스파게티같은 영화
김치와 함께 먹는 스파게티같은 영화
  • 강병호
  • 승인 2016.01.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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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한국영화의 지경을 넓힌 작품, '검은 사제들'

   영화 '검은 사제들'은 모처럼 한국영화의 지경을 넓힌 좋은 영화였다.<사진 출처 :검은 사제들 홈 페이지>
모처럼 한국 영화의 지경을 넓힌 작품을 만났다...<검은 사제들>.
감독은 장재현으로 1981년 생, 신예다.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장르, 오컬티즘(Occultism) 엑소시즘을 영상화 하였다. 오컬티즘(Occultism)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으로 자연과 물리적 영역 이외를 탐구를 하는 형이상학적 과학이며 이에 비해 심령주의는 감성적이고 영적인 관점에서 초자연적인 영역을 탐구하는 것으로, 무당, 영매, 종교적 광신자들과 신이나 혹은 천사 혹은 다른 차원의 초월적 존재들과 교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일요일 오전 MBC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꾸준히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내에도 오컬티즘(Occultism)이나 심령주의 문화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있다.

엑소시즘 즉 마귀를 쫓는 구마 (驅魔) 영화 원조는 <엑소시스트(1973)>다. 예식을 맡은 신부와 그를 돕는 보조사제 그리고 귀신들린 소녀의 광기와 마귀의 발악...바로 이번 <검은 사제들>과 싱크로율이 90%다. 당시 귀신들린 소녀(린다 블레어)가 목을 180도 돌리던 장면이 기억에 새롭다. 어릴 적 꿈에도 몇 번 나온 것 같다.

<엑소시스트>의 성공 이후에 <오멘(1977, 2006년 리메이크>, <블레스 더 차일드(2000)>, <콘스탄틴(2005)> 등이 엑소시즘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 엑소시즘 영화의 대부분은 병실의 구마예식 장면에 고정 사용된다. 따라서 스토리 전개의 강약이 조절하지 않으면 주제와 달리 뜻밖에 단순하고 지루하게 된다. 가톨릭 예식이기 때문에 라틴어, 신구약 성경, 기도문, 악마의 이름 등 가톨릭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면 눈썰미 있는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한다.

서양과 동양은 내세관이 다르다. 동양 귀신들은 개별적이고 주로 한(恨)을 풀기 위해 이승과 저승을 오가지만 서양귀신들은 사탄을 중심으로 조직이 있고 창세기 아담의 원죄 시작부터 요한 계시록 최후의 심판까지 연결되는 서사적 스토리텔링이 있다. 다시 말해 서양 귀신들은 역사가 있는 악마 조폭집단이다.

동양권에서 서양 가톨릭의 내세관을 주제로 한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를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이 영화 <검은 사제들>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두 가지 주목할 점과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는 감독이 가톨릭 구마예식에 연구를 많이 한 흔적이 장면 장면에서 보인다. 이 영화의 원작은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 감독에게 감독상을 수상하게 한 '12번째 보조사제'다. 라틴어, 중국어, 영어까지 배우 강동원이 암기하기 어려울 정도의 분량을 준비하기 위해선 사전에 많은 자료수집과 공부가 필요했으리라 짐작된다.

둘째, 카메라와 조명도 높이 살만 하다. 번화하고 명랑한 명동거리와 골목의 어두움을 극명한 콘트라스트 보여주고, 드론을 적절히 쓴 버드 뷰(Bird View)는 악마의 초월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귀신들린 소녀의 침실 좁은 공간에서도 디테일을 잘 살린 조명도 좋았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하지만 아쉬운 점은 영화 중반에 시국시위 준비나 전경들 장면을 통해 단순히 가톨릭이 구마행위만 하는 종교가 아니고 사회의식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 것 같은데 주제에서 일탈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장 재현 감독의 가톨릭 사랑이 너무 큰 것 같다.

아무튼 이 영화는 가톨릭과 엑소시즘이란 서양 스파게티에 김치 같은 우리 의 스토리텔링을 덧씌우는 데 성공했다. 특이한 성공이다. 이것은 한국영화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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