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조국일보'는 어느 신문일까
내부자들, '조국일보'는 어느 신문일까
  • 강병호
  • 승인 2015.12.19 08: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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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칼럼]'내부자들'을 보는 두가지 포인트, 이병헌의 귀환, 그리고...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분)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논설주간으로 나오면서 정계와 재계를 연결하면서 정치적인 커넷션을 꾸미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영화의 기세가 강하다.
<내부자들>, <검은 사제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히말라야> 등 흥행에서나 작품성에서나 뒤지지 않은 영화들이 계속 개봉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이런 와중에 한 달 이상 펜을 놓고 있어 독자들에게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 본업이 가르치는 일이라 학기말로 접어들면서 일이 많다는 것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영화 <내부자들>, 벌써 600만의 관객들이 찾았다. 19금 영화로선 성공이다. 만일 15금 이하였다면 1,000만은 되었을 것이다.

영화 <내부자들>은 원래 웹툰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이끼> 와 ‘장그래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미생>의 윤태호가 원작가다. 윤태호는 2012년 ‘한겨레 오피니언 매거진 훅’에서 웹툰 <내부자들> 연재를 시작했다. 2012년은 알다시피 대통령 선거 있었던 해다. 하지만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연재는 중단 되었다. 윤태호 작가는 제작 중단 사유를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자들> 내용 하나하나 짚어 보면 우리사회에서 3개월까지 견딘 것도 용하다.

내용은 다음 같다. 보수여당 <신정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 재벌기업 미래 자동차 오회장(김홍파), 여론을 움직이며 정치판을 짜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이들이 배설한 오물을 치우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4명의 거칠 것 없는 협업은 비자금 파일을 거래하려는 당돌한 안상구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배신의 결과 비참하게 손목이 잘려 폐인이 된 안상구는 절치부심 복수만 생각하고 산다. 대통령 선거를 눈에 앞두고 빽도 없고 족보도 없는 경찰 출신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장필우 반대파를 등에 업고 저격수로 나서게 된다. 비자금 스캔들을 덮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와 재벌, 언론 악의 삼각편대는 조폭과 검사라는 기묘한 의리 동맹에 무너지게 되는데...

필자가 <내부자들> 관람 포인트 두 개를 고른다면 첫째 ‘쌈마이의 귀환, 이병헌’과 ‘진짜 조국일보는 뭐라고 할까?’이다. 이병헌, 너무 긴 시간 돌아왔다. <협녀, 칼의 기억(2015)>, <G.I. Joe 1, 2(2009, 2013)> 들, 사실 이병헌에겐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 특히 <협녀>는 월드스타 전도연, 이병헌을 모두 삼류 게임 영상으로 몰아넣은 실패작 이었다.

역시 <달콤한 인생(2005)>에서 보여준 건달, 처 맞고 배신하는 쌈마이역이 이병헌에게는 제대로다. <내부자들>에서는 물 만난 고기 같다. 동작 하나 액션 씬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자기 집에 돌아 온 것 같다. 조승우와 함께한 모텔 화장실씬과 “복수극으로 가자고, 화끈하게”다짐하는 씬은 강한 여운을 준다.

조폭에겐 빠지지 않는 남도 사투리, 이병헌이 <내부자들>에서 보여준 전라도 대사는 자연스럽다. 반대로 조승우의 경상도말은 어색하다. 서울에서 출세한 경상도 사람들 말투, 서울말도 경상도말도 아닌,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한 것 같은데... 많이 어색하다. 어떤 장면에선 손발도 오글거린다.

두 번째 관심 포인트! 진짜 <조국일보>에선 뭐라 할까? 극 중 <조국일보> 주간 이강희(백윤식) 사무실에서 청와대가 한 눈에 보인다. 위치로 보면 동아일보에 가깝다. 하지만 극 중 신문제호나 명칭으로 보면 조선일보일 가능성도 크다.

필자는 둘 중 어떤 신문이 먼저 영화 <내부자들>을 언급하나 흥미롭게 관찰했다. 예상외로 한 달 이상 두 신문에서 <내부자들>을 언급하지 않았다. 어설픈 논평 했다간 영화만 키워주는 꼴 되기 때문에 고민이 깊었으리라.

포문은 역시 조선일보에서 열었다. 12월 12일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얼마 전까지 문화부장) ‘좌파가 우파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라는 칼럼이다. 나는 이 칼럼을 읽다 배꼽을 잡았다. 결론은 영화 <내부자들> 내용이 심히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건데 엉뚱하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엮어 논리를 펼쳤다.

하나는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이며 예술이다. 어떻게 대형마트 같이 끼워 팔 수 있는지 그 논리의 공력도 대단하지만 ‘"우파는 시궁창 냄새가 나는 자들"이란 격 낮은 설정으로는 우파를 찾아내지도, 이기지도 못한다.

좌파의 '우민화' 마케팅은 효용이 떨어졌다.’‘생각했던 것보다 보수 우파가 도덕적이고 머리가 좋다. 그래서 보수의 벽이 더 공고하게 느껴진다’는 문장은 저널리스트가 지면을 통해 언급하기엔 선동적이고 이분법적이며 격 또한 낮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나는 박은주 부본부장 연배 기자가 영화 <내부자들>에서 펼쳐진 정-경-언 유착에 깊이 연루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 조선일보 조직 내 윗선의 진노에 박은주 부장이 총대를 멘 칼럼이라고 짐작된다. 그렇게 추론하면 칼럼 ‘좌파가 우파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보여주는 대한한국 미디어 현실은 이번 겨울을 더 춥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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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맘 2016-03-03 07:52:41
저도 얼마 전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약간은 과장도 있었지만 재미를 위한 포장이라고 봅니다. 교수님 글과 대비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도담사람 2015-12-19 11:29:25
글 잘읽었고 감명받았습니다. 분석력 또한 돋 보입니다. 격있는 글을 실은 세종의 소리에도 감사드립니다. 바로 어제 영화를 보았습니다. 여운이 아직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