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소외계층, 조명하고 싶었어요”
“뒷골목 소외계층, 조명하고 싶었어요”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5.11.06 09: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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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세종시 출신 성배순 시인, 시집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출간

 

   최근 대마도 역사의 현장을 찾아간 성배순 시인

“요즘 시인들은 너무 침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랑 이야기나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 많이 쓰려고 하고, 세상의 어두운 부문, 뒷골목 이야기를 외면하고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어두운 부분을 보면서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세종시 서면 출신의 성배순 시인이 침묵 끝에 두 번째 시집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를 펴냈다. 

성배순 시인은 200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이래, 첫 시집 ‘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로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세종시에 거주하면서 충남 일원과 서울 등 전국에서 문학특강과 학생 및 학부모 대상으로 독서지도 및 독서치료 전문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성 시인의 첫 시집 ‘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에서 여성, 모성, 동심 등의 주제가 선보였다면, 이번 두 번째 시집에서는, 여성의 문제는 모성의 문제와, 모성의 문제는 동심의 문제와, 동심의 문제는 순수의 문제와 상호 뒤얽힘이 더 심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배순 시에서 중요한 제재는 인물이다, 인물 중에서도 여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때의 여성은 노인이거나 어머니이거나 아이라는 점에서 시인의 직접적인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직접적인 경험’은 일상의 구체적인 체험을 가리킨다.

‘시로 여는 세상’ 기획시집으로 출간된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 시집을 펼쳐 보니 ‘어떤 염습’이라는 시가 눈에 띈다.

어떤 염습

한전에서 몇 번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0원이라는 전기사용료가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기름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안 켰을 거예요
전기 요금이 부담스러워서, 배고픔을 잊으려고
저녁 일찍 잠자리에 누웠을 거예요
예닐곱 껴입은 할머니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면서
예전에 복지사로 일했다던 장례사가 설명한다
연락도 되지 않는 아들이 호적에 버티고 있어서 혜택을 못 봤어요
한 달 만에 발견된 노인은 차갑게 얼어 있었다
장판을 걷어내자 만 원짜리, 천 원짜리 돈뭉치가 수북이 나왔다
그녀가 악착같이 모은 장례비용이다
그곳에선 따뜻하게 보내세요. 굶지도 마시고요
꽉 다문 입을 열고 하얀 쌀을 소복하게 넣는다.
질항아리 가득 하얗게 핀 안개꽃
평생이 배경이던 그녀가
오늘은 주인공이다

 

 '시로 여는 세상' 기획시선으로 펴낸 성 시인의 시집

‘어떤 염습’은 바로 우리나라 농촌이나 도시 뒷골목의 소외계층, 독거노인을 묘사한 시다. 성 시인에게 불쑥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물어봤다. “엄마”라는 생각만 해도 죄송스럽고 눈물이 난단다.

기자는 성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수 태진아가 부른 노래 ‘사모곡’의 가사가 떠올랐다. “앞 산 노을 질 때 까지 호미 자루 벗을 삼아/화전밭 일구시고 흙에 살던 어머니/땀에 찌든 삼베적삼 기워 입고 살으시다/소쩍새 울음따라 하늘 가신 어머니/그 모습 그리워서 이 한 밤을 지샙니다.” 시인의 글이나 가수의 노래가사가 공감을 주는 것은 인간 모두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성배순 시인은 지금은 세종시이지만 연기군 서면 와촌리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하지만 슬프게도 성 시인의 어머니는 40세 때 과부가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6남매의 자식을 위해 시골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어머니는 70세 무렵 홀연히 세상을 하직해 성 시인의 마음에 늘 화두로 남아 있다.

고향에서 와촌초등학교와 연서중학을 나와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성 시인의 어머니는 막내딸을 공주에 유학보냈다. 성 시인도 어머니의 뜻을 알기에 공주여상 1회로 입학하여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 등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성 시인은 직장생활과 결혼으로 주부가 되면서도 글쓰기 작업과 문학동호회 활동을 계속 했다.

 

 

 

 

 

 성 시인이 백제문화제 행사에서 헌시를 낭독하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성 시인은 2003년 제19회 웅진문학상을 수상해 시인으로 이름을 드러내기 시작하여 2004년에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문학과 예술의 끼를 주체할 수 없었던 성 시인은 뒤늦게 고려대 세종캠퍼스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김명인 시인과 이혜원 교수를 은사로 모시고 문학수업에 전념하여 2007년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성 시인은 전국을 돌며 문학강연과 교도소, 군부대 특강, 그리고 세종시와 공주시에서 한국독서교육문화연구소장으로 독서논술지도사, 역사논술지도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바쁜 일정속애서도 성 시인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충남도청과 충남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요양원 등에서 ‘소외계층을 찾아 가는 문학캠프’를 열고 있다. 이를 위해 성 시인은 색소폰도 오래 전부터 배워 강사자격증까지 지니고 있다. 시를 낭송하다가 색소폰을 불고 노래를 하면 어르신들이 눈물을 흘리며 좋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성배순 시인의 평상시 신조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뭔가 추구하는 것”이다. 넘치는 예술적인 끼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일상에 비치는 모든 일이 시가 되고 이벤트가 되고 있다.

성 시인의 하는 일 중에는 특이한 것이 많지만 5년 전부터 백제 무령왕이 돌아가신 날인 5월 7일이면 무덤 앞에서 순수하게 사비를 모아 추모제사를 모시고 있다. 무령왕이 탄생한 6월 25일에는 일본에서 추모제사를 지내지만 돌아가신 날에 모두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구중회 전 공주대교수와 뜻을 모아 경건하게 행사를 열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인 세종시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문학과 역사가 접목된 캠프를 열고 싶어요. 문학과 역사, 음악까지 모든 예술이 마련되었지만 장을 펼치기 위해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외계층에게 문학과 음악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시인의 소박한 마음에 격려를 보낸다.

  가곡을 배워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해 3년전 공주대강당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노래하고 있는 성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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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2015-11-13 08:28:07
훈훈한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민 2015-11-09 15:42:14
훌륭하심
기자님의 글도 시인의 능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