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 ! 어머니, 사랑합니다"
  • 박일기
  • 승인 2015.10.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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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기의 사랑해 '효']어머니의 마지막 미소와 나라사랑

제1부 :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다
밀레니엄 기념으로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그리스,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떠났다. 이 여행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 찾아왔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 이르는 대문 위에는 유태인 학살 6백만 명을 상징하는 6개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주님, 왜 대한민국을 갈랐습니까? 우리가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입니까? 독일을 가르듯이 일본을 갈랐어야지 왜 대한민국을 갈랐습니까? 이것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그리고 왜 한반도에서 우리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동족상잔의 전쟁의 비극이 일어났습니까?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일이지 않았습니까? 이것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그리고 제가 만약 내 의지와 관계없이 저쪽에서 태어났다면 여기에 와서 주님께 이런 기도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저쪽이 태어난 사람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이것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 나도 모르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토라를 암송하며 통곡의 벽에 이마를 부딪치며 성인식을 치르는 이스라엘 청년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이방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이스라엘 자손도 아닌 망골리언 옐로우(아시안 황인종)가 하느님께 올리는 기도를 그들의 눈으로는 이해할 턱이 없었다. 기도가 끝날 무렵 응답이 왔다. “걱정하지 말라, 너의 기도를 이미 들었다. 머지않아 곧 너의 기도가 이루어진다.(Original response is like this :"Don't worry, already heard I your prayer, Your prayer will be done pretty soon.)”

 
제2부 : 누나와 매형은 독 가스실에서,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이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6개국이 관련되고 6천5백만 명의 인명이 살상된 지구 대재앙의 사건 중에 일어난 수많은 실화중의 하나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지 않았는가? 나라가 없어지니, 백성은 흩어지고, 무고한 백성이 사격 표적지가 되고, 일본도의 연습용이 되어 죽어가도 누구하나 구해줄 사람이 없었으니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이스라엘 역시 나라를 갖지 못하고 흩어져 살았으니, 국가는 존재하지 못하고 민족만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기막힌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딸과 사위가 가스실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셨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는 자괴감에 나날이 술을 마시며 먼 하늘을 바라보시던 아버지,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술을 놓지 않으셨고, 화병으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던 아버지는 거친 숨을 물아 쉬면서 환각 속에 나타난 딸과 사위를 보는 듯 무언가 허공을 응시하면서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내 가족은 이제 나와 어머니뿐이었다.

제3부 : 성인이 되자 모사드에 자원하다
자식의 도리로써 19살(만18세) 성인되자 나는 모사드에 자원하였다. 자원동기가 무언가요? 그렇습니까? 내가 받은 임무는 이스라엘인들을 처형하거나 괴롭힌 민족의 원흉을 처단하는 일이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요원들로부터 수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진위 여부를 확인한 다음 작전을 개시하였다. 그런데 1954년 하루는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들어왔다.

아르헨티나 시골 오지의 철길이 내려다보이는 오두막집에 유태인 학살의 총책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아니 이럴 수가? 나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지? 그리고 어떻게 체포하고, 어떻게 이스라엘 법정에 쥐도 새도 모르게 데려올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 묻고 대답하기를 수없이 반복하였다. 흥분이 가라앉자 스스로 해답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극비 사항이고 이것을 알아야할 사람은 나 말고는 없어야했다.

우선 대학교의 신분확인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보았다. 원거리에서 그 사람의 신분을 100%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지요, 다만 그 사람의 걸음걸이 동영상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영상과 현재의 영상을 가져오면 99.99% 동일인 여부를 확인해 주겠다하였다. 그래서 독일 정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현지에 특수요원을 파견하여 동영상을 확보하여 신원전문가에게 제출하였다. 그리고 약 2주 후에 연락이 왔다. 이 사람은 동일일 확률이 99.9%입니다.

다시 말해서 같은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아니 확정이 아니라, 추정이라, 그러면 만약에 엉뚱한 사람을 잡아서 이스라엘 법정에 세우면 외교적인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복잡한 알고리즘의 세계가 머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제2의 확인절차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독일 정부에 그 자의 치과진료 기록을 부탁하였다. 치과의사의 말로는 치과 엑스레이 사진이 있으면 100% 동일인 여부를 확인해 주겠다하였다. 그렇다면 일단 체포해서 치아 엑스레이 사진 확인을 한 다음 이스라엘로 데려올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에 작전 기간 동안 사용될 안가도 확인해 두어야했다. 특수 요원들은 이미 그의 일정을 하루도 빠짐없이 체크해두고 있었다. 그러면 그를 언제 생포해야한단 말인가?

제3부 : 하늘에 운명을 맡기다.
체포 작전은 내가 아르헨티나로 입국하여 직접 수행하기로 하였다. 현장에 도착하여 일지를 살펴보니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길을 걸어 버스를 타러 집을 나왔고, 해질 무렵 집에 돌아오는 시간, 요양원등에 들러 노인들과 잡답을 나누는 것 등이 일단 독일 사람다웠다. 버스에서 내려 약 10분정도를 걸어가는 철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집에 그가 살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여 1주일이 지난 다음 드디어 작전일 당일 날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진입로 중앙쯤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뚜껑을 열어 놓고, 고장 나서 수리하는 것처럼 기름 묻은 정비공들이 자동차를 들여다보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도착시간 버스가 통과 했는데 그가 내리지 않았다. 아니 이럴 수가? 우리의 작전이 노출되었단 말인가?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작전이 실패했나? 철수해야 되나? 아니야, 기다려 보자! 아니나 다를까 다음 버스 편에서 그가 내렸다.

날은 더욱더 어두워져 가까이 다가와야 비로소 고장 난 승용차를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가 승용차 옆을 통과하려던 순간 요원들이 그를 덮쳐 생포하였다(1960.5.11). 급히 확보해둔 오지의 빈집인 안가에 도착하여 치아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하였다. 이 사람은 틀림없이 동일인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드디어 심문이 시작되었다. 너 아돌프 아이히만이지, 아니 난 '리카르도 클레멘트‘이다, 너는 사람을 잘못 오인한 거다.

그는 결코 자백하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해야 유태인 학살 주범의 말을 바꾸게 하지, 자꾸만 시간이 흘러갔다. 부모와 자식을 떼어 기차에 집어넣을 때 울부짖는 아이들의 “X X X” 소리를 들었잖아? 그리고 무정하게 아이들의 손도 잡아챘었지, 그런 일은 금시초문이요,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 데 .... 시간이 지연되면 복잡한 문제가 야기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가 지금 6백만 명을 학살한 주범과 두뇌게임을 하고 있다니? 나는 잠시 요원들에게 임무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제4부 : 드디어 입을 열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이 빛나고 있었다. 그렇지 신분확인을 위하여 외워둔 어떤 알고리즘의 세계가 다시한번 내 머리를 스쳐갔다. 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뭐가 나왔나요? 아니요, 아직도 자백하지 않았습니다. 걸음걸이, 치아 사진으로는 100% 주범인 데도 인정을 하지 않고 있었으니, 6백만 명의 유럽거주 유태인을 대량 학살한 주범이 나와 지금 두뇌게임을 하고 있음을 직감한 순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묻겠다고 했다.

우선 여기서 처형당할 거냐? 아니면 법정에 서겠느냐? 네가 아돌프 아이히만이지, 아니 나는 '리카르도 클레멘트'라 했다, 그래 그럼 너 주민번호(실제는 사회보장번호)가 000-0000-0007이지 일부러 끝자리를 하나 틀리게 물었다. 그러자 드디어 그는 입을 열었다. 너 하나를 잘못알고 있다. 끝자리가 7이아니라 9이다. 역시 독일인다웠다. 그럼 너 아돌프 아이히만이지, 그렇다. 나는 즉시 본국에 암호 한 줄을 띄웠다. 보따리에 선물을 넣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움직일 차례였다. 몇 일후면 아르헨티나 국군의 날에 에어쇼를 해주는 대신 환자 한명을 데려올 수 있는 조건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흔쾌히 수락하였다. 링거주사액이 꽂히고, 신경안정제를 맞은 환자1명이 에어쇼 후 착륙한 비행기에 태워졌다. 이스라엘 방공식별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이스라엘의 방송 및 신문에서 내보낸 긴급뉴스 때문에 이스라엘은 난리가 나버렸다. 그리나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체 나는 주변에 또 다른 전범이 있는지 확인한 후 3개월이 지나서야 요원들과 함께 각자 헤어져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유태인 학살의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법정에서 자기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유태인을 죽였다고 끝까지 주장하였다. 결국 그는 자기 죄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교수형에 처해졌다.(1962년 05월 31일)

제5부 : 다시임무 수행 중 어머니의 부음을 듣다
3개월 후 난 이스라엘에 복귀하였다. 술집에 들려 친구들과 맥주 1잔을 하고 있는 데 주변사람들이 이스라엘 모사드가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칭찬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옆에 있는 나인데도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 동안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그 뒤로 다음 일정에 따라 해외에 나가 다시 작전을 진행하는 중에 긴급 전문이 왔다.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전갈이었다.

나는 긴급히 차를 몰아 공항으로 달려갔다. 이스라엘로 가는 모든 항공표가 동이 났다. 이제 어떡하지, 할 수 없이 당사국의 정보기관에 긴급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항공표는 이미 다 팔려 구할 수 없으나 이스라엘로 가는 화물기 빈 좌석에는 동승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텔아비브 공항에 내리자마자 어머니가 계시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머니는 가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가족 자기 아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 제가 왔어요,” 나는 어머니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어머니, 제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어요, 제가 누나와 매형의 원수도 갚았습니다,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몹시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갔다, 딸과 사위가 독 가스실에서 죽었고, 그 충격으로 남편이 알코올 중독으로 갔는데, 이제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내 피붙이, 아들아, 넌 미치면 안 되지, 내 아들마저 돌아버리다니! 그럼, 난 내 눈 감을 수 없어, 신음 섞인 목소리로 어머니는 무척이나 괴로워 하셨다, 한손으로는 온힘을 다하여 허공을 저으셨다, 그럼 안 돼, 내 아들은 돌면 안 되는 데, 이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바램이었다.

아들아 넌 돌지 않은 거지? 나는 병원이 떨어져 나가도록 다시 어머니의 귀에 대고 외쳤다, 어머니, 제가 누나와 매형, 그리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셨다, 아들이 모사드에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온힘을 다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으로 내 손을

   
 
   
 

박일기, 대전출생, 연세대졸업, 연세대 총동문회 국제분과 상무이사,주한미군 카투사 한미인간관계 한국측 대표,대전시 효지도사 협회 사무국장, 성산효대학원 박사과정, 명심보감 영어번역,이메일 : elfinpik@nate.com

꼭 잡고! 내 아들, 장하다! 입가에 기쁨의 미소를 지으면서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의 황제를 섬기지 않고 유대인의 왕을 섬기는 대가로 모든 성벽을 허물려던 로마병사들이 유대인들의 마지막 소원으로 남겨진 통곡(증거)의 벽에 다다른 순간 나도 모르게 엄숙해졌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마를 벽에 대고 조아리면서, 혹은 손바닥을 벽에 대고 자기네 나라 말로, 혹은 토라를 암송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를 꼽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한손을 내 가슴에, 다른 한손을 벽에 대고 하느님 앞에 죄인으로써 무릎을 꿇고 드리는 나의 기도는 그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항상 내 마음을 괴롭히던, 그 누구에게서도 대답을 들을 수 없었던 기도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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