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
  • 송두범
  • 승인 2015.08.28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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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 칼럼]대형마트와 지역사회, 공생의 길은 없을까

세종시에도 본격적인 대형마트 경쟁시대가 도래하였다. 홈플러스가 어진동에 개장한데 이어, 이마트가 가람동에 개점하여 영업 중에 있다. 세종시에는 앞으로도 농협하나로마트와 코스트코까지 입점이 예정되어 있어 가히 대형마트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종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대형마트가 많이 입점함으로써 거주지역 인근에서 다양한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대형마트내 일자리창출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이다. 세종시민들의 편리한 소비생활 향유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형마트의 입점은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에는 전통시장, 중소규모마트, 자영업 등 소위 골목상권에 종사하는 중소상인들도 상당수 거주하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세종시에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입법 및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대형마트의 세종시 입점은 세종시의 골목상권 붕괴를 넘어 공주시와 청주시의 일부 상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인근 지자체 역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본사를 수도권에 둔 대형마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사회에서 생산된 매출액이 폐장과 동시에 본사로 송금됨에 따라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형마트는 지역사회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왔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결국 시장경제의 논리가 아니라 비시장 경제의 방식 즉,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가 불공정한 게임에 개입하여 자본의 일방적인 흐름을 제어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광주지역 신세계백화점을 지역법인화하여 지역친화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우이다. 백화점 입장에서 여러 가지 추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지역법인화를 결정한 것은 지역친화경영에 대한 의지였을 것이다. (주)광주신세계백화점은 지역법인으로 적극적 지역친화형사회사업과 기업공개를 이루어냈다.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전략은 지역사회와 소비자에게도 환영을 받고 있다.

또한 우호적인 지역토착기업과 동종업계와 차별화된 이미지 형성은 개점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이 대형유통업체의 지역법인화는 소비자와 지역사회의 기대 속에 적정한 이윤을 실현하고 지역사회와의 밀착경영으로 상호번영의 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으나, 형식적인 조건만으로는 지역경제와 공생할 수 없다. (주)광주신세계백화점 사례는 광주시민의 끊임 없는 노력과 백화점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광주신세계백화점과 같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형마트들이 지역에서 올린 수익에 비해 공적 기여도는 미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미, 세종시에 입점한 홈플러스는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위한 사업조정을 무시하고 개점을 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순탄하지 않음을 예고해왔다.

세종시에서 대형마트와 지역사회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는 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막고 중소상인을 보호할 대규모 점포의 입점규제강화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역시 지역사회의 무한 이윤창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골목상권과의 조화 속에 상생발전하는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와 세종시 의회에서도 대형마트입점이 지역사회에 어떠한 영향이 미치는 지를 분석하고, 대형마트의 지역사회 기여를 증진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며, 대형마트와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로드맵 제시와 지역중소유통업체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지원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민 역시 합리적 소비뿐만 아니라 윤리적 소비행위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구매행위가 지역경제와 주변 이웃의 삶과 연관성을 생각하는 소비, 조금 불편하지만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골목상권의 공존을 위해 양보하고 인내하는 성숙한 소비문화를 학습하고 실천해 가야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대형마트와 지역사회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농축산업, 식품가공업, 중소제조업 등의 안정적인 판로확보를 위한 지역상품 구매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대형마트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기업제품 판매공간, 로컬푸드 농림수산물 판매코너를 Shop in Shop 형태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의 홍보지 제작, 시설폐기물 관리, 청소․경비 등 용역 등을 지역업체에 발주처리하고 지역주민의 고용인원을 확대하며, 대형마트 주변지역에 대한 교육 및 문화예술에 대한 지속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송두범, 영남대 졸업, 행정학 박사(지역사회개발전공), 충남발전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및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행복도시건설청 세계최고도시만들기 포럼위원, 세종문화원 이사, 이메일 : dbsong@cdi.re.kr

이외에도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 방안을 상시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경제의 논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대형마트가 부의 무한축적(無限蓄積)에서 벗어나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도록 하여, 지역사회와 공생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은 세종시와 지역사회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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