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게 적은 사람이 행복하다”
“바라는 게 적은 사람이 행복하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8.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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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아카데미]오종남 전 통계청장, "평생부자로 사는 법"

   오종남 교수는 손해보는 삶과 나눔 및 배려를 강조하면서 '평생 부자로 사는 인생 설계'를 강의했다.
“적자생존(赤字生存) 인생을 살아라.”
“바라는 게 적은 사람이 행복하다.”

오종남 서울대 과학기술혁신 최고과정 주임교수(전 통계청장, 63)가 4일 세종시 정책 아카데미 특강을 통해 ‘평생 부자로 사는 인생 설계’를 재미있게 강의했다.

칠판과 필기도구 하나만 가지고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강연은 웃음과 박수,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쉬운 말로 참석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이날은 시민들도 다수 참석해 아카데미가 점차 입소문을 통해 시민 교육의 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였다.

이춘희시장이 유엔아동기금(Unicef) 한국위원회 책임자로 있을 당시 월급으로 1원을 받았다고 강연자를 소개하자 박수로 오 교수를 환영했다. 이시장은 또, 오교수와의 특별한 인연을 꺼내면서 “오늘 강의료는 재능기부로 무료로 하게 됐다”며 말해 다시한번 박수를 받게 했다.

오교수는 미국 초대 대통령이 현재 수도인 워싱턴 D.C(Distrit of Columbia)를 만들 당시 반대했던 상황이 세종시와 흡사하다며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한 공무원의 자세와 개인적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게 행복한 삶인가를 화두로 던졌다.

오늘 날 워싱턴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그렸던 도시보다 훨씬 큰 도시가 되었다고 전제, “세종시의 미래상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21세기 삶의 공식으로 ‘30+30+30’을 소개하고 맨 처음 30년은 부모 아래서 지내는 기간이고 두 번째 30은 직장생활, 나머지 30은 노후생활로 규정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30을 세 바퀴 돌려야 인생이 끝나고 장수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오교수는 질문을 던졌다. ‘장수’(長壽)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대개 60을 기준으로 돈이 준비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재앙’이 틀림이 없다. 돈, 즉 노후 자금이 마련되어 있으면 반드시 ‘축복’, 즉 ‘행복’일까. ‘아니다’를 가정으로 내세우고 그는 왜 아닌가를 설명하면서 ‘평생 부자로 사는 인생 설계’를 자세하게 얘기했다.

노후 준비는 일단 자신이 하는 것이고 ‘주제 파악’과 ‘분수’를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게 바로 이 말이다. 미국에서 성공의 비결은 ‘동서(同壻)보다 1달러만 더 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받는 게 중요하게 아니다. 이웃에서 조기 유학을 보내면 빚을 내서 같이 보내는 것, 이런 것들이 주제파악을 못하고 분수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다. 각자의 주제에 맞는 소비가 있고 분수에 맞는 생활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는가. 경제학자 이스터링(Easterling)은 1973년 경제발전과 인간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될 때까지는 돈이 있는 순서로 행복하지만 어떤 수준을 넘어서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우리나라가 삼시세끼 밥을 제대로 먹게 된 때가 바로 1973년이었다. 이후 경제 성장을 비약적으로 해오면서 지난 해 국민소득 28,000달러시대를 열었다. 경제가 발전했지만 노인자살은 많아지고 행복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어째서 그런가. 분수와 주제파악이 답이다.

   이날도 공무원과 시민들이 강연에 참석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행복지수를 만들어 보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모로 하고 성취한 것을 분자로 한 것이 행복지수이다. 결국 행복은 내가 가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라는 게 중요하다. 바라는 것이 적은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말이다.사람은 살아가면서 성취하는 것 못지않게 바라는 걸 적절하게 조절해나가는 삶이 필요하다.

만약에 분모보다 분자가 더 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라는 것보다 이미 가진 것이 더 많다면 그 사람의 행복지수는 ‘감사’이다. 행복에 이르는 두 번째 비결은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세 번째 우리는 흔히 “행복의 비결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과연 그럴까. 인간은 누구든지 태어나면서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교는 하라, 다만 위로만 하지 말고 아래와도 비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해서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나눔을 실천하자. 누군가를 도우면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본인이 더 큰 기쁨을 맛본다. 나눔은 반드시 물질만이 아니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배려(配慮)도 큰 나눔이다. 우리가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때 사회는 나눔의 사회가 되고 희망이 있게 된다.

한 인간으로 성공의 비결을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평소 연락이 없다가 모처럼 전화가 와서 부탁만 하는 친구 A와 기분이 꿀꿀할 때 소주한잔 하고 싶은 B가 있다면 여러분은 누가 되어야 하는 가. 당연히 B다. 어떻게 해야 B가 될까.

‘적자생존’(赤字生存)이다. 내가 조금 손해를 본다고 살면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눔과 배려가 바로 그런 것이고 그게 매번 계속되는 건 아니다. 여기에서 ‘지도자’를 얘기할 수 있다. 지도자는 뭔가. 피자를 시켰을 때 가장 작은 조각을 먹는 게 지도자다. 그게 전제되어야 지도자가 된다.

세종시 얘기를 해보자.
세종시가 멋진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적자생존하면서 나눔과 배려를 생각하는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워싱턴 D.C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머물고 싶고 남아있고 싶어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본래 도시를 만든 의도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몫은 여러분의 것이다.

   오교수가 강의 도중 나눠준 자신의 책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라'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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