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이 뭐길래”
“돈…돈…돈이 뭐길래”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01.04 15:43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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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칼럼]보상 받은 돈 다 뺐기고 우는 어르신들

세종시의 중심지 원수산 아래 연기군 남면 진의리, 양화리 등 인근 마을은 세종시의 건설로 보상을 받아 올해 상반기 중에 모두 철거해야 하는 동네이다. 600여 년을 살아온 부안 임씨의 집성촌이다. 많은 집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해 떠난 마을에는 굴착기와 흙을 실어 나르는 트럭의 굉음이 진동한다. 황량한 들판에서 허물어진 빈집 사이로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정든 고향에서 평생 농사지으면서 태평스럽게 살던 분들이다. 그 분들 중에는 갈 곳이 막막하여 아직도 옛 집을 떠나지 못 하고 있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본 즉 “돈 때문”이란다. 보상 이야기가 나오자 그 어르신들은 “죽지 못해 산다”고 한숨을 내쉰다. “나이 먹은 사람은 골치 아파요”라고 말문을 연 한 노인은 조상 대대로 지은 농지를 강제 수용 당하고 보상을 받았지만, 자식들에게 다 뺐기고 남은 것은 병들고 늙은 몸뚱이뿐이라고 하소연했다.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후보가 행정도시 유치공약으로 시작된 세종시 건설은 2006년부터 평당 4만~5만 원선이던 논밭을 20~25만 원선으로 보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노 정부는 일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원주민들에게 “보상받아서 일단 나가면 다시 여기에 토지를 줄 터이니까 집짓고 살아라”고 회유하였고 대다수가 그 말을 믿었다.

처음에 주민들은 “이게 웬 떡이냐”며 좋아하다가 지금은 그놈의 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농지를 많이 가진 집은 40억 원 이상을 보상받아 그런대로 괜찮은데, 대부분의 농가가 3억~4억 원 정도를 보상받았다. 하지만 보상 이후에 돈 때문에 벌어지는 슬픈 이야기들은 비극이었다.

 "평화롭던 마을에 보상받은 그놈의 돈 때문에 가정이 붕괴되었어"  

부모와 자식 간에, 형제간에, 친척 간에, 돈 분배를 둘러싸고 우애가 깨지고 가정이 붕괴됐다. 이 지역에서만 7명의 어르신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롭게 살던 시골에서 큰돈이 생기자 야단법석이 벌어진 것이다. 그 돈 때문에 화병으로 숨진 이도 많다고 한다.

“나이 먹은 게 죄”라는 한 노인은 “돈이 없으니 차라리 마음이 행복하다”며 “자식들이 돈 달라고 졸라대면 자식을 이길 수가 없다”고 얘기한다. 2006년 당시 보상을 받고 인근 지역에 땅을 사려고 하니 금세 소문이 퍼져 50만 원 이상으로 급등해 대토하지도 못하고, 일부는 가까운 곳이 아닌 멀리 다른 지방으로 떠나갔다.그나마 이제 남은 몇 십 가구 사람들은 집단 이주자회 모임을 갖고 인생의 막바지에서 조그만 땅이라도 분양받아 고향에서 여생을 보낼 꿈을 여전히 꾸고 있다.

새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세종시 건설 예산으로 8,028억 원이 확정됐다. 이중에는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등의 안정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예산도 있다. 행복아파트와 경로복지관 사업에 180억 원과 33억 원을 각각 편성하여 2013년 말부터 입주가 가능하다는 소식이다.

송기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올 시무식에서 2012년에 중점 추진과제 중에서 서민복지 확대를 통한 공생발전 구현을 강조했다. 송 청장은 또한 “사랑이라는 단어는 명사(名詞)가 아니라 동사(動詞)라는 말이 있듯이 건설청의 복지 역시 실천하는 동사가 되어야 한다”며 “마음만 먹고 생각만 하는 복지가 아니라 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 내미는 정부의 모습을 세종시에서 건설청이 구현하자”고 역설했다. 좋은 얘기다. 정말 공직을 맡은 분들이 스쳐가는 자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어르신들을 자신의 부모처럼 생각하여 음지에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돈은 돌고 돌아 소통이 되어야 돈의 가치가 있다

돈은 이 세상에서 돌고 돌아야 돈이다. 각자 쓸 만큼 쓰고 갈 때는 놓고 가는 게 돈이다. 옛날 동전은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어서 상대를 배려하고 나누어 주어서 소통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돈은 가운데에 구멍이 없다 보니까 오직 자신의 돈만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영어로 소통을 나타내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원 뜻은 공유(共有:함께 나누다)의 의미가 있다.

돈은 잘 써서 사회에 환원해야 돈이다. 세계적인 부자 중국인 리자청은 동남아 쓰나미로 고통 받을 때 한화로 1천5백억 원을 구호기금으로 즉각 보내 큰 힘을 보탰다. 돈 때문에 부모도 자식도 형제도 잃어버리는 짐승만도 못한 행위를 저질렀다면, 이제라도 참사람으로 돌아오는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것 같다.

돈 때문에 인륜을 저버린 사람들에게 “정당한 소유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만, 지나친 소유는 소유자체가 주인이 되어 소유자를 노예로 만든다”는 니체의 말을 정중하게 충고해주고 싶다. 세종시의 다이내믹한 발전의 그늘에서 울고 있는 어르신들의 여생을 위해 임대 아파트라도 더 지어드리자. 자식들에게 설움당하는 그분들이 고향 땅을 떠나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도록 도와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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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 2012-02-13 12:36:58
재물의 순방향 순환 촉진에 관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겠네요.

참나리 2012-01-20 10:48:56
신~~ 편집장님!!늘 어두운곳에 희망을 넣어주는 이시대의 신지식인입니다^^**

도안구금성 2012-01-13 17:52:20
어렵고 힘든이의 감로수가 되시어 세상이 따뜻하고 밝아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예산댁 2012-01-11 18:19:57
돈 좋아하다 돌았다는 말도 있죠^^
돈도 정도 잘 돌아가게 오늘도 화이팅~~

날으는꽃등심 2012-01-11 00:17:54
돈으로부터의 자유로움를 꿈궈봅니다...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