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7.08 0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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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 정책 아카데미 강연..."나만의 꽃을 피워라"

   시인 도종환은 "담쟁이 처럼 절박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엉켜서 당기고 밀면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접시꽃 당신은 흔들리며 피는 꽃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에게 꽃은 인생이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모든 꽃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확인해주었다.

시인 도종환이 7일 오후 5시 세종시 보람동 신청사 4층 여민실에서 ‘세종시 정책 아카데미’ 첫 번째 강사로 공무원과 시민들을 마주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아름다운 시어(詩語)와 감성(感性)의 언어를 가지고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에게 꽃은 시·공간을 뛰어넘으면서 각자의 아름다움으로 주변을 밝게 해주어야 하는 인생이었다. 결과적으로 아름다워야 하는 인생의 길은 흔들리며 비에 젖고 바람을 맞으면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도종환 의원’이라는 프랑카드를 ‘시인 도종환’으로 썼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는 “시를 쓰는 일은 사소하고 하찮은 일”로 시작(詩作) 소개하면서 “길을 가다가도 한 무더기의 꽃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한편의 시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시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하찮고 사소하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다분히 주관적이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인의 눈에서는 성능좋은 스캐너(Scaner)가 되는 모양이다.

그는 인간의 모습은 불완전하다고 전제했다. 그 모습이 흔들리는 것이고 쉽게 가는 길은 없고 젖으면서 가는 것, 그것이 인간의 진리라고 보았다. 거기에서 꽃이 등장했다.

   강연을 하고 있는 도종환 시인

시인 도종환은 길가에 핀 작은 꽃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어요”라고...그는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라고 말하면서 “꽃은 어디에 피어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각자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인생을 얼마나 아름답게 살다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또, 시인은 늦게 피고 일찍 피는 꽃을 화제로 삼았다. 먼저 피는 꽃은 먼저 피어야 할 이유가 있고 늦게 피는 꽃, 역시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간적 의미보다는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꽃이 되어야 한다.

세상 만물은 그 속에 다 삶의 이치를 드러내고 보여 주고 있어서 골똘히 바라보는 이에겐 지혜를 깨닫게 해준다. 그걸 옛사람들은 ‘이리관물’(以理觀物)이라 했다. 시인 도종환은 사소한 것에서 세상의 진리를 끄집어냈다.

그는 참석자들이 강의에 빠져들 무렵, 노벨문학상 문턱까지 갔었던 시인 고은의 짧은 시 ‘그 꽃’을 소개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왜 보지 못했을까. 목표만 생각하다보니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았다. 내려올 때는 여유가 생기면서 “어! 저기 꽃이 있었네”하고 본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여유가 없으면 목표만 보이고 아름다운 걸 보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도종환은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을 보는 게 중요하다” 며 “꽃을 꽃으로 보는 눈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연민의 눈’이 갖는 사회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먹은 나뭇잎’ 시 전문을 소개하면서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라는 시귀(詩句)에 방점을 두었다. ‘벌레가 먹어 못 쓰겠네’가 아니라 ‘별처럼 아름답다’고 보았다. 그건 연민의 눈만이 발견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강의는 화장실에 쓰인 ‘아름다운 사람은 ...’에서 ‘정서적으로 똑똑해야 사회생활을 잘 하게 된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양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이르렀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맨 앞에서 도종환 시인의 강연을 경청했다.
백미(白眉)는 담쟁이를 소재로 한 ‘관계’(關係)였다. 중국에는 ‘꽌시’라며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한다. 반드시 중국의 가치가 우리에게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사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 관계에는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감동이라는 촉매제가 있어야 한다.

담쟁이에게는 식물에게 필수요소인 물과 흙이 없다. 하지만 서로 엉켜서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벽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벽 앞에서 새로운 용기를 가질 때 좌절은 새로운 시작으로 바뀌고 담쟁이처럼 ‘나만’이 아니라 ‘우리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강의는 조용하고 경청하는 분위기 속에 끝이 났다. 힘찬 박수는 청징(淸澄)하고 섬세(纖細)한 언어의 조탁(彫琢)을 보여준 강사를 향한 진정성이 들어있었다.

세상에는 많은 꽃들이 있다. 그 꽃이 피기까지에는 흔들리며 젖지 않았던 것은 없었다. 꽃은 시기와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주변을 얼마나 아름답게 해주는 가가 중요하다.

꽃, 즉 인생은 나만의 꽃을 만들어야 한다. 어설프게 아류(亞流)가 되지 않는 세상의 하나뿐인 나만의 인생을 만들 때 아름답고 힘이 생긴다. 획일화된 사회구조가 아닌 나만의 꽃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룰 때 경쟁력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빨치산들이 문 앞에 신발이 가지런하게 정리된 집을 피해갔다. 신발을 정리하는 건 나만의 꽃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세상에 가장 맛있는 라면이 ‘함께 라면’이라는 말처럼 담쟁이같이 ‘우리’를 위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날 강연에는 공무원과 시민 300여명이 참석, 정책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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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민 2015-07-08 10:04:31
세종시 1기 때와 2기때의 다른 점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문화 같습니다.
문확사 살아 숨쉬는 세종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