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시기 위해 귀향, 흙에 살리라”
“부모 모시기 위해 귀향, 흙에 살리라”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5.06.12 00: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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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고향에 정착한 유재희씨, "선택은 어려웠지만 후회는 없다"

 대량 생산은 아니지만 오염되지 않은 싱싱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젊은 사람을 보기 힘든 농촌에서 도시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부모를 모시기 위해 귀농을 택한 사람이 있다. 세종시 장군면 용암2리 띠실 마을에서 빛사랑자연쉼터농원을 운영하며 유기농 농산물과 유정란 등을 생산하는 유재희씨. 그는 부친이 중풍으로 쓰러지자 병 간호를 위해 1년 기한으로 잠시 귀농을 택했다가, 남은 인생을 농촌에서 보내기로 작정했다. 2남 4녀 중 차남으로 모두가 도시에서 살고 있는 그로서는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띠실마을은 550년된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마을입구를 지키고 있는 유서 깊은 동네다. 이 동네의 초입에 위치한 자연쉼터농원에서 새벽 5시부터 먹이를 주기 위해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유씨가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은 닭과 토끼, 염소들이다. 농원에 강아지, 고양이 한 마리와 염소 2마리, 토끼 15마리, 토종오골계, 청계, 백봉 오골계 등이 20여 마리 있고, 수탉 40여 마리 암탉 700여 마리와 병아리들이 있다. 자연적인 환경에서 거주하는 닭들은 하루 300여 개의 유정란 달걀을 생산한다. 유씨는 이밖에 농원에서 화학비료나 풀약을 쓰지 않고 부추, 삼채, 방풍나물, 취나물 등 건강한 식재료를 생산하여 올해 오픈한 세종시로컬푸드장터와 도시의 단체나 지인 단골들에게 배달 판매한다.

사람 중에는 나이가 들면 막연히 시골에 가서 전원생활 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갖기도 한다. 오늘날의 농촌 생활환경을 전혀 모르는 도시에만 살던 도시 사람과 농촌출신 도시민들이 쉽게 “이것저것 안 되면 농촌에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쉽게 내뱉지만, 그 말이야말로 ‘만만의 콩떡 같은 소리’이다. 농촌에서 일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에서 도시에 살다가 농촌에 가서 부농으로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더러 있어 귀가 솔깃하여 농촌으로 이사 갈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지만 준비와 개념 없이 시골에 갔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귀농(歸農)과 귀촌(歸村)은 분명히 다르다. 귀농은 공장이나 사무실에 근무하는 대신 들판에 근무하며 수익을 올려 생계를 꾸려가는 영농직장생활을 하는 것이다. 귀촌은 물 좋고 경치 좋은 시골에 가서 수익에 대한 걱정은 떨쳐버리고, 그저 맑은 물과 공기 마시며 내가 먹을 양식정도 자급자족하며 유유자적하게 전원생활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의외로 귀농도 귀촌도 실패한 사람들이 많다. 귀촌의 경우는 애초부터 수익을 생각한 바가 없으므로 실패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주변 이웃과의 관계 때문에 실패한다고 한다. 농촌사람들의 정서를 전혀 모르고 도시적 정서로 접근했다가 왕따가 되어 말 붙일 벗이 없어 고독에 못 이겨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귀농의 경우는 지역마다 토질과 기후가 달라 그 지역에 맞는 농작물을 재배해야 하는데 어떤 농작물이 고수익을 낸다고 하여 농작물부터 먼저 정하고 다짜고짜 귀농을 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농약을 주지 않은 나물들이 도시의 단골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로 배달되고 있다. 
충남대 수학과를 졸업한 유재희씨는 국립사회복지원에서 사회복지사를 취득하고 대전에서 사회복지사로 사회복지관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2003년 농촌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고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고생하시자 1년 기한으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 2모작의 새 출발이 된 것이다. 10년간 고향에서 병수발을 하며 농사를 짓던 유씨는 2012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하자 이제는 어머니의 손발이 되고 부모를 이어 농부가 되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사 일과 농사를 짓는 틈틈이 유씨는 공주간호학원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반 강의도 하고 있다. 유씨의 효심이 알려져 여러 차례 효자상을 받은 경력과 경험이 수강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유씨는 현재 우리 농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인한 인력부족 현상을 꼽았다. 시골에 같이 일할 동료가 적어 힘들다는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 년 열두 달 쉴새없이 일하다보니 온 몸이 망가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호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는 이유는 미래에 꿈이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힘들어도 땅은 정직하다. 열심히 일하면 망하지는 않는다. 큰 투자를 안 해도 근면하게 일하면 땀의 댓가를 돌려준다”는 지론을 지닌 유씨는 농약을 배제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여 도시에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유씨는 농촌에 일손이 없어 걱정이다. 당장에 올 가을에 마을 인근 종중 땅에 심어놓은 4만여 평의 밤나무의 밤 수확이 걱정이다. 이를 위해 도시민 가족들이 농촌체험을 겸해 농원을 찾아주기를 소망했다.

“병아리 등 아이들도 예뻐하는 만큼 좋아하며 건강하게 잘 자란다”며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다보니 생로병사의 처절한 삶의 현장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는 유씨는 “정직하게 땅을 일구듯이 전원에서 마음 밭을 일구며 행복을 수확하여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유재희씨는 빛사랑자연쉼터농원에 황토찜질방 등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편하게 쉬고 가는 명소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연락처 ☎010-6433-6523

오후에 닭들이 사료와 물을 먹는 동안에 계란을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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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윤 2022-11-15 09:33:37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