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 안승서
  • 승인 2015.03.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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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의 소소한 수다]정월 대보름..."건강한 사회위한 기원을 "

정월 대보름

며칠 전에 유난히 늦은 정월 대보름이 지났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잊혀져가고 있는 대보름.
젊은이들 머릿속에는 지불놀이하고 오곡밥 먹는 것 정도로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정월대보름은 우리 옛 어른들에게는 설날 다음으로 큰 명절이었다. 동네 어른들이나 집안 어른들께 세배도 보름 안에만 드리면 되었다.

보름날에는 나무 아홉 짐 하고, 남의 집 밥을 훔쳐 먹기도 하고, 오곡밥에 가진 나물, 귀 밝기 술에 1년 내내 부스럼 나지 말라고 부럼 깨물고, 달집 태우고, 소원지 태우고 마을 풍물놀이단원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그해의 운수 대통하라는 의미로 집터를 눌러주고 음식이며 돈을 기부 받아 동네 기금을 쓰기도 한다.

   정월대보름은 종이를 태우면서 소원을 비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원이었으면 한다.
가까운 옛날.
설날이 지나면 마을 대표로 대 보름 제사지낼 제주를 정한다.
부정 타지 않은 사람, 마을에 피해를 주지 않은 사람, 이웃과 부화하지 않는 사람, 덕망이 있는 사람. 그야말로 합당한 대상을 정하는 일은 까다롭기 그지없는 조건을 통과해야 선택되는 것이 제주였다. 제주로 선택되면 큰 권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큰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요구되는 것은 정성이요, 청결이요, 책임감이다.

그런 제주로 선정되면,
첫째, 매일 매일 목욕 제계 한다.
둘째, 매일 새벽 정안 수 떠놓고 마을의 안녕을 비는 것(동네 사람 모두의 이름을 호명하며 한 해 동안의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빈다) 셋째, 동네 어귀에 있는 탑에 금줄을 두르고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금한다. 손상된 탑의 보수를 하며 새끼줄(왼손새끼줄)을 두르고 소원서를 끼운다. 정갈한 황토 흙으로 더러운(부정한 것)것을 덮는다.

넷째, 떡, 전, 돼지머리 등등의 제사에 필요한 물품이나 경비는 집집마다 스스로 제주 집에 가져다주면서 제사음식을 준비한다. 모자라면 집안 형편에 따라서 거출하기도 한다. 이렇게 준비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정월 대 보름 날 그동안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마을의 안녕 동네 사람들의 건강 소원성취를 빈다.

개똥이네 집에 건강이 나쁘신 개똥아버지 있습니다. 하루빨리 쾌차하게 해 주십시오.
쇠똥이네 집에 쇠똥이가 나이가 들어 장가갈 때가 되었습니다. 금년에는 건강하고 착한 배필을 만나게 해 주세요.

별똥이네 별똥이가 사법고시를 준비 중입니다. 금년에는 꼭 합격하여 부모님들 기쁘게 해 드리고 동네를 위해 훌륭한 재목이 되도록 해 주세요. 등등 집집마다 처해진 소원과 형편을 하나하나 천지신명께 빌었다. 이때 같이 행하는 게 소지종이에 불을 붙여서 소원을 비는 것이다. 소지종이가 깨끗하게 타서 그 재가 하늘높이 잘 올라가면 그 집안은 금년 운수대통 한다고 해서 좋아했다.

반대로 소지종이가 잘 타지 않고 꺼지거나 타고 난 재가 이리저리 흩어지면 금년운수가 좋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해는 각별히 조심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월 대보름 제사를 통하여 각 가정의 염원을 빌어주면서 주민의 화합과 협동을 키워나갔다.

한 동네 안 사람들 모두는 한 가족이며 공동체였다. 그래서 잘못이 생겨날 틈이 없었다. 지금은 흩어지고 깨어진 공동체 생활, 내가 살려고 남을 중상모략하고 욕하고 비방하는 동물적인,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때는 정말로 인정 많은 살기 좋은 세상이었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다 같이 잘살아가야 세상사는 재미도 의미도 있는 것이지 혼자서만 잘 살고 모두가 못산다면 무슨 재미가 있고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옛 어른들이 그러셨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려면 자기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려야 하고, 남을 물에 빠트리려면 자기가 먼저 빠져야 한다. 즉 남을 피해주지 말라고 했다.

어려운 시절 못 먹고, 못살고 배우지 못한 어른들일지라도 남에게 피해주면 안 된다, 는 법을 가르치셨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잘 먹고, 잘 살고 너무 많이 배운 사람들이 남에게 피해주고 사기치고 중상모략하고 있다. 배움이 많아서 지능적으로 사기도 잘 치는 것인가?

     
안승서, 세종시 금남 출생, 초등학교 졸업(검정고시),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현), 금강일보 시민기자,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소설 최우수상(2008년), 한빛 대상(사회봉사부문), 장애인 대통령상 수상,이메일: anss8834@hanmail.net

가장 비겁한 사람이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것이라고 했는데 비겁한 자들이 참 많기도 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을 살리고 계승시켜 살맛나는,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서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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