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아닌 야동같은 영화
야동아닌 야동같은 영화
  • 강병호
  • 승인 2015.03.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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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의 문화확대경]'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건 야동?'

소설이 영상화되는 데는 위험 요소가 있다. 원작이 밀리언셀러가 된 경우는 위험도가 더 커진다. 불행히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지뢰밭을 모두 즈려밟고 지나간 점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외설이냐 예술이냐 진부한 논쟁, 야동과 영상예술의 차이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등장인물의 성격을 얼마나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였는가? 또한 스토리의 구성과 영상 표현, 그 밀도의 차이에 있다 할 수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원작 자체도 인터넷 소설로 완성도가 높다 할 수 없다. 영국의 한 주부가 팬픽 사이트에 게시하면서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이다. 2012년 출간돼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엄마들의 포르노(Mommy Porn)'라고 불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인기몰이를 해온 소설 '그레이의 50가지'가 영화로 나왔다. 야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범한 대학 영문학도 <아나스타샤 스틸(다코타 존슨)>은 아픈 친구를 대신하여 거대 통신업계 청년 CEO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를 대학신문 인터뷰 기사 위해 만난다. 첫 만남에서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에 강렬하게 끌리게 되고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그레이>는 윤락녀로부터 태어나 어릴 때 입양되고 양 어머니 친구로부터 정기적으로 성적 학대를 받아 가학적 성애자, 즉 새디스트가 된 불행한 과거를 안고 있다.

<그레이>의 아주 분명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적 취향을 알게 된 <아나스타샤>는 갈등하게 된다. 자가용 헬기 데이트, 졸업 선물로 주는 고급 자동차, 미국 동북부 시애틀에서 남부 조지아까지 자기를 만나기 위해 바로 날아오는 집착...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만큼 완벽한 <그레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아나스타샤>, 하지만 처음 마음과 달리 거부할 수 없는 본능에 눈을 뜨게 된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원작이 영상화되면서 너무나 뻔한 스토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제이미 도넌>이 연기한 <그레이>는 로보캅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그가 ‘새디스트’가 되었는지 내적 갈등에 대한 표현이 없이 졸부 돈 자랑 하듯이 재벌놀이를 한다, 여자들의 로망이다. 엉성한 인터넷 원작 소설을 직독직해식로 영상화시킨 것이 이 영화의 문제점이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야동과 영상예술 사이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다 ‘야동인 듯 야동 아닌 야동 같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OST는 좋았다. 장면 장면을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오자 객석 여기저기서 실소(失笑)가 터졌다. 왜 지금 끝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3부작 중에 첫 번째라는 설명도 친절하지 않았다.

사족으로 필자는 심야영화관에서 봤는데, 40여명 관객 중에서는 남자는 나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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