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앞에서 꽉 막혀버린 '믿음'
계단 앞에서 꽉 막혀버린 '믿음'
  • 안승서
  • 승인 2015.02.0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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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의 소소한 수다]무신불립의 더 절실한 장애인과의 믿음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이 있지 않고서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고 직장 동료 간의 조화도 있을 수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문화유적지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휠체어 장애인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가? 를 미리 교육시켰다. 평지에서와 계단을 오를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때 등등…….

하루가 지나서 휠체어 장애인을 이동을 돕게 했다. 평지에서는 교육을 받은 대로 잘했다. 그런데 돌계단 앞에 서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굳은 표정!
돌계단 앞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도움을 받는 장애인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짧은 순간 ‘이게 잘 한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계단을 오르다 잘 못되었을 경우, 장애인도 다칠 것이고 다치게 한 학생들도 책임(?)이 있을 것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서로간의 불신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운 대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행사는 망칠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어린 학생들이 배운 대로 서로 마음을 모아서 휠체어를 양쪽에서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돌계단을 올랐다. 학생들과 장애인들의 얼굴에서 안도의 빛이 피어나더니 행복한 웃음이 환하게 피어났다. 세상의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운 웃음꽃이었다.

그날 이후, 그 행사는 4년을 지속했었다. 그날 등에 식은땀을 흘렸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지금은 대학생의 중반을 달리고 있기도 하고 국방의 의무도 하고 있다. 그렇다. 믿음 앞에 전개되는 모든 일들은 값지고 아름답다.

믿음과 신뢰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더욱더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 나만 생각하고 나의 능력만 높이 평가하여 나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고 화합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스팩이 아무리 좋고 다른 조건이 있더라도 본인의 실력발휘를 하지 못할 것이다. 즉,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결국 존재가치가 없어질 것이다.

無信不立(무신불립)이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믿음과 의리가 없으면 개인이나 국가가 존립하기 어려우므로 신의를 지켜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본도 중요하고 자위력도 중요하지만 인간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신뢰는 미래의 경쟁력이자 놓칠 수 없는 가치임에 분명하다. 서로가 믿어줄 때 효과는 더 값지게 이루어질 것이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안승서, 세종시 금남 출생, 초등학교 졸업(검정고시),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현), 금강일보 시민기자,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소설 최우수상(2008년), 한빛 대상(사회봉사부문), 장애인 대통령상 수상,이메일: anss8834@hanmail.net

(눈 쌓인 들 가운데를 갈 때 함부로 어지러운 발자국을 하지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느니라)

나의 행동이 뒤에 오는 사람의 길잡이가 되어 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신뢰는 자연적으로 쌓일 것이며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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