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그래 그게 어째서 ?"
"'국제시장', 그래 그게 어째서 ?"
  • 강병호
  • 승인 2015.01.09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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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확대경]영화 ‘국제시장’ 현상보며..."문화는 문화로 이해해야"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강병호 교수가 을미년 새해들어 '문화 확대경'이라는 칼럼을 통해 '세종의 소리'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강 교수는 이어령 석좌교수가 출강하는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을 맡아 후학들이 대한민국의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매월 2회 정도 영화를 비롯한 문화와 관련한 글을 쓸 예정이다./편집자 씀

지난달 개봉된 윤제균 감독 연출, 황정민, 김윤진 주연의 영화 ‘국제시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벌써 8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고 천만관객도 달성할 것 같다. 윤제균 감독은 ‘스파이’, ‘댄싱퀸’, ‘7광구’ 등의 영화를 제작, 연출한 감독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은 ‘해운대(2009)’를 꼽을 수 있다. 광고회사 출신인 윤감독이 이슈몰이와 흥행에 강하다는 것은 영화판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시장’은 전형적인 회고형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다. 비슷한 할리우드 영화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 )’ ‘ 포레스트 검프 (1994,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톰 행크스 주연)’ 이다. 두 작품 모두 미국 베이비 붐 세대들이 살아온 역사를 되짚어 보고 회상하는 구조와 역사적 사건과 당시 인물들을 보여주는 기법을 따르고 있다. ‘국제시장’에는 현대 정주영 회장, 가수 남진 등이 대역을 통해 출연한다. 

 
‘국제시장’을 처음 보았을 때 우려가 됐던 점은 극중 덕수가 60년대 독일에 광부로 70년대 베트남전에 갔다면 지금 연령이 적어도 70대인데 주인공을 그 정도 나이대로 할 때, 젊은 관객들과 공감대가 있을 가였다. 상식적으로 문화상품에 민감도를 가지는 연령대는 30대 중반이 마지막이다. ‘국제시장’이 주는 70, 80대의 경험이 20, 30대 가슴에도 울림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영화적 완성도, 예술성과 무관하게 ‘국제시장’은 이전의 ‘변호인’, ‘’남영동 1985‘와 같이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 영화를 보고 한 멘트가 인터넷 매체를 뒤덮기도 하고 18대 대통령 후보 문재인 의원이 이 영화를 볼지 안 볼지가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영화 평론가 허지웅의 “국제시장, 토 나온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의 “그럭저럭 얼추 꼴 갖춘 신파‘ 발언으로 SNS는 찬반으로 나뉘어서 시끄러웠다.

논란의 정점은 대통령이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며,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느냐"며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장면은 덕수가 베트남으로 가는 문제로 아내 영자와 부산용두산 공원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70,80년대 국기 하강식 장면은 영화 ‘품행제로(2002)’, ‘그때 그 사람들(2004)’에서도 나온다. 미국 영화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후반부에 대형 성조기가 나오기도 했다. 

70년대 유신과 80년대 5공, 억압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저녁 5시 국기 하강식에서 애국가가 울리면 기계적으로 경례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무슨 애국심이 우러나왔던 행동이었기 보다는 습관적이고 반사적인 것이었다. 국기를 자주 바라본다고 애국심도 같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문화산업이 2000년대 들어오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검열이 없어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간접적이며 우회적인 검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전 세월에 비하여 표현의 자유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시대에 더 두려운 것은 다중으로 부터 조성된 ‘공포스런 환경’에 의한 ‘자기검열’이다. 

   강병호 배재대 교수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문화는 문화로 이해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이데올로기로 문화를 재단하는 풍토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것은 소위 좌파적이나 우파적 작품이나 가리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두려워서 상상도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시대의 불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완성도는 비교적 높지 않고 편집에서 눈에 거슬리는 점도 보이지만 ‘국제시장’을 바라보는 눈도 애써 따뜻하면 좋겠다는 것이 작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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