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 나라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이 나라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4.12.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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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안전위협 요소로 “양심 팔아먹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

               신도성 편집위원
대한민국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사람이 무섭다”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 사회조사’ 는 전국 1만7664가구에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조사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9%가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밝혔다. 2년 전 조사 당시 37.3% 보다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광우병 사태’로 인한 촛불 시위가 전국을 강타한 2008년(5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사람’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인식이 많아 범국민적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면 화두다.

올해 세월호 참사와 최근 펜션 화재, 판교 환풍구추락사고 등의 여파로 건축물 및 시설물 붕괴·폭발에 대한 불안감은 2012년 21.3%에서 올해 51.3%로 급증한 점도 특이하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인재’가 21%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2년 전 7.0%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과거 조사에서는 범죄발생 등이 최대 위협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은 ‘사람’을 가장 위험한 요소로 보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66.6%는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중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72.9%로 가장 많았다. 또한 부모 생활비를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는 비율(50.2%)이 조사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자녀가 부모 생활비를 대는 비율이 절반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자신들은 부모를 봉양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자식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을 방증하는 단면이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56.8%로 2008년(68.0%)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6.8%였다. 자살 충동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37.4%), 가정불화(14.0%), 외로움·고독(12.7%) 등으로 이러한 조사결과로 보면 전체적으로 한국인들의 정신건강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정부와 모든 국민들이 합심하여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진 올해 그 만큼 사회안전이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정부조직개편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사회 곳곳에서 안전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은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해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연이어 터지는 사고들은 인간들의 부패에 의한 결과로 속수무책이다. 국민 개개인의 양심과 인간성 회복만이 해답이다.

“사건 터질 때마다 요란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냄비근성이 문제”

사건이 터질 때만 요란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한국인들의 냄비근성이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근원적인 요인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세종시 1-4생활권에 건설 중인 ‘세종 모아미래도 포레스트’아파트의 경우다. ㈜모아종합건설은 세종시 1-4생활권 아파트로서는 마지막 현장인 ‘세종 미래도 포레스트’를 선착순 분양 중에 있다며 현재 90%가 넘는 분양률의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 아파트는 ‘모아미래도’라는 이름으로 분양하여 올해 12월 입주할 예정이었는데, 지난 4월 철근부실시공 논란으로 공사중지 명령을 받고 대다수의 계약자가 해지를 했기 때문에, 다시 이름만 바꾸어 재분양 해 내년 6월에 입주할 계획이다.

분양관계자는 공사중지명령 이후 한국시설안전공단의 90일간 정밀진단 및 철저한 보완, 보강공사를 진행한 이후, 지난달 8일부터 재분양에 들어간 지 보름 만에 분양률 90%가 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가 부실공사논란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선 인기요인은 세종시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 1-4생활권 마지막 아파트 현장이라는 점과 주변시세대비 낮은 분양가(2년전 분양가로 재분양)로 계약 즉시 향후 프리미엄 형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아파트의 경우만 보더라도 ‘꿩 잡는 게 매’라는 식의 한국만의 독특한 망각문화를 볼 수 있다.

필자도 이 아파트에 입주하려다가 철회했다. 공사 도중 하청업체가 본사인 모아종합건설을 상대로 건설비용을 올려주지 않는다고 자진해서 부실공사를 행복청에 고발한 보기 드문 사례가 터진 것이다. 어이없는 사태로 인해 당초 입주할 꿈을 꾸었던 입주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골다공아파트’라고 불리는 불안한 아파트에 살 수 없다며 입주를 포기했다.

대한민국의 사건 현장에는 항상 해당 관청의 불법 묵인과 돈에 눈이 먼 일부 회사의 부실공사가 존재하고 있다. 기본 양심을 팔아먹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으로 몰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대한민국은 지금 핸드폰을 비롯해 곳곳에서 사기꾼 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정치에서부터 사회 구석구석까지 안 썩은 데가 없다. 최근 검찰에 의해 수조원대의 다단계 사기를 치고 해외로 도주한 사기범 조희팔과 공모해 760억원의 범죄 수익을 은닉한 핵심 관계자 2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기옥)는 고철사업자 현모(52)씨와 조씨가 운영한 유사수신 업체 총괄 기획실장 김모(40)씨를 범죄수익은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씨는 2008년 4~12월 조희팔의 범죄 수익금 760억원을 김씨의 개인 투자금으로 가장해 은닉한 혐의다. 현씨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 등 해외에서 고철을 수입해 국내 철강회사 등에 판매하는 사업에 투자를 받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10년과 2013년 2차례 수사에서 이 부분을 무혐의 처리했었다. 현씨는 또 이 투자 계약 일부를 해지하면서 계약해지 손실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의 최측근인 김씨는 현씨와 공모해 범죄 수익을 빼돌리고 현씨와의 고철투자 사업 계약을 해지한 돈 중 70억원을 조희팔에게 도피자금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조씨와 공모해 유사수신 사기 행각을 벌인 점에 대해서는 2010년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서민을 망친 범죄자치고는 처벌이 솜방망이처럼 너무 미약하다. 그나마 대구지검은 무혐의 처리된 조희팔의 고철사업 투자 부분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대구고검의 재기수사 명령에 따라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해, 이들의 추가 구속으로 지금까지 채권단 핵심관계자 등 10명이 검찰에 구속됐지만 아직도 조희팔과 그 일당이 빼돌린 수조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수조원대 사기치고 해외 도주한 조희팔처럼 대국민 사기행각 여전히 진행 중

수조 원을 사기치고 해외로 도주하여 수많은 국민들을 울린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가 없다. 세계 수출규모 6위(2013년 기준) 규모임에도 각종 청렴도 평가에서는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17개국 중에 8위, 국제투명성기구 평가에서는 세계 46위, OECD 34개 국가 중에서도 27위로 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특히, 부정부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도 연간 36조원으로 2012년 북한 국민총소득(GNI) 33조 5천억원보다 많은 비용이 부정부패로 손실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한국기업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영국의 조세정의 네트워크(TJN)의 조사결과 한국인 명의로 버진아일랜드 등에 숨겨진 검은 돈만도 7790억 달러(약857조원)로 세계 3위로 추산된다고 발표한바 있다. 최근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한 버진아일랜드(200만 건) 투자자 중에 한국인으로 245명의 이름이 폭로되었다. 관세청에 적발된 불법해외도피 금액만도 2007년 166억 원에서 2011년에 무려 2737억 원으로 16배 증가했으며, 지금도 엄청난 국부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국세청에서 발표한 역외탈세규모만도 2008년 1503억 원에서 2012년 8285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최근 들어 불법재산 해외도피가 최근 더욱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우리나라 기업의 기업부패의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4년 동안 국내기업이 사용한 접대비 규모에서 추정할 수 있는데, 총 7조원에서 8조5천억 원으로 18%가 상승했다. 이 가운데,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액이 2011년 기준으로 1조4137억 원, 특히 이 중 65%인 9,237억 원이 룸살롱에서 기업 접대비로 사용되었다. 결코 정상적인 로비자금 접대비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언론에 보도된 건수만 이야기해도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은 흥청망청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실을 막아야 할 공직사회가 부패세력과 한 통속이 되어 같이 검은 돈을 나누어먹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소에 불량부품을 제공하여 고장이 나게 하더니, 심지어 국가안보에 중요한 자원인 해군함정 건조까지 불량품을 시공해 일부 군인들이 구속되는 등 방위산업마저도 부정부패가 만연되어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한다.

기본 양심을 내 팽개치고 돈에 마비되어 부패를 저지르는 얼빠진 사람들이야말로 이 나라를 불안하게 하는 주범(主犯)이다. 이들을 보고도 모른 체 하는 주변 사람들은 공동정범(共同正犯)이다.

어려서 절로 동진출가하여 자신의 한을 노래로 풀어내어 ‘노래하는 스님’으로 알려진 서산 서광사 도신스님이 언젠가 KBS-TV의 아침마당에 출연하여 ‘엄마’라는 노래를 구슬프게 부른 후, 사람들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도신스님은 “제가 어려서부터 어렵게 살면서 제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양심이라는 중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내면의 중심에 양심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모든 사람들은 어떤 것이 양심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심을 외면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나부터 전체의 양심이라는 중심을 반만이라도 지키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 나 자신부터 준법정신으로 양심을 지키고 당장에 실천해야 한다. 무단횡단이나 불법운전은 물론이고 쓰레기 하나라도 길에다가 마구 버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일상에서 작은 일 하나가 나와 우리 사회, 국가의 이미지 형성과 선진국을 만드는 지름길이 되고 불안한 사회를 치유하는 처방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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