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떡 돌리고 욕먹어서야...
이사 떡 돌리고 욕먹어서야...
  • 안승서
  • 승인 2014.08.0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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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의 소소한 수다]고추장 한병...없지만 나누는 인심절실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집에서 나오는데 아파트 경비아저씨께서 작은 종이 가방을 내 미셨다.
“집에서 집 사람이 담근 고추장인데 맛있게 드세요.”
왜 이런 걸주시냐며 사양하지 않고 날름 받아들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라고 인사했다.
종이가방을 들고 말씀하시는 경비아저씨의 얼굴이 그렇게 밝아 보일 수가 없어서 빈 말이라도 사양해 볼 수가 없었다. 사무실로 오는 내내 가슴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며칠 전, 사무실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천안명물 호두과자를 선물 받았다.
말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첫 직장에서 첫 월급 받은 기념으로 사온 모양이다.
그 동안 여러 직원들에게 첫 월급을 주어 보았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 접하고 보니 직원의 마음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귀한 선물이기에 혼자 먹기 아까워서 1층 상가에 몇 알씩 나눠드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경비아저씨께 드리며 나눠드시라고 했었다.

3~40여 년 전, 우리나라가 시골마을을 형성하고 살아왔다.
그때는 모두가 형제요, 모두가 이웃이었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동네 담장 울타리에 열린 호박을 따다가 호박부침개라도 부치고 옥수수라도 삶으면 내 식구들 먼저 주기보다 이웃집 개똥이네 할아버지, 순이네 할머니, 철수네 아버지께 갖다 드리고 오라며 자식들에게 들려 보냈다.

그 이후에아 우리 입으로 맛있는 호박부침개나 옥수수가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랬었던 우리 민족이었는데 지금은 어떠한가?
얼마 전, 아파트를 사서 이사 온 후 이사 떡을 돌렸더니 오히려 욕만 먹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기름내 풍기며 혼자 먹을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는 없으면서도 나누는 것은 인심이었다.
그 때보다 세상이 살아가기 좋아졌으면서도 잃어가는 것들 또한 많아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중 하나가 주고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승서, 세종시 금남 출생, 초등학교 졸업(검정고시),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현), 금강일보 시민기자,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소설 최우수상(2008년), 한빛 대상(사회봉사부문), 장애인 대통령상 수상,이메일: anss8834@hanmail.net

오늘 아침 고추장 한 병이 그때를 생각하게 했다.
우리 서로 주고받으면서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배달민족의 뜻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고추장 한 병이 가슴을 참 따뜻하고 흐뭇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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