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유적이라도 잘 지켜야죠"

[세종인]강정현 연기향토사연구소장..."세종시 건설로 많은 문화재 사라져"

2012-06-01     김중규 기자

“지난 1986년도에 첫 출범한 단체로 향토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역사와 내역을 조사하면서 뿌리를 찾아가는 모임으로 보면 됩니다.”

지난 달 30일 ‘세종의 소리’에서 만난 연기군 향토사 연구소 강정현 소장(75)은 칠순의 나이에도 ‘내 고장 역사 찾기’에 의욕이 넘쳐흘렀다. 오는 7월 1일 세종시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잊혀지고 부서진 건 포기하는 대신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유적을 재조명하기 위해 12년 째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역사적으로 백제 부흥운동이 일어났던 주류성을 찾는 게 정말 후손들이 해야할 일입니다. 어렵지만 나름대로 고증을 거쳐 주류성 위치가 연기군 지역 운주산성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 인정을 받는 게 우리 단체가 앞으로 힘을 모아야 할 과제입니다.”

학문적인 지식보다 뿌리 찾기의 열정으로 모인 이 연구소 회원은 32명. 이들이 매월 향토위원회를 개최하고 연기지역에 흩어져 있는 사찰, 유적 등을 돌아보면서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그게 주류성이 전의 운주산성이라는 주장을 만들어 냈고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문화유산들이 열정의 끈을 놓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다.

“이 달 중에 지난해 조사한 연기지역 관아(官衙)연구에 관한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예전에 독락정, 운주산 연구 등 그동안 발표되었던 연구 자료를 조만간 역시 책자화 할 것입니다.”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는 강 소장은 12년간 이 단체를 맡고 있는 4대째 책임자이다. 초대는 백제 말 부흥역사를 비암사 중심으로 연구했던 김재붕씨가 맡았고 2대 정해영씨, 그리고 3대는 왕의 물 축제를 재현한 윤석규씨이었다. 이들은 모두 작고, 자료와 연구물 만 남아있다. 충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조합장 등 농협 관련업무만 40여년을 해온 강 소장은 묻혀있던 사실을 발굴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성씨와 관아를 조사하다가 우연치 않게 비석을 발굴해 전의면사무소 옆에 이전해서 전시한 것들이 보람을 가져다줍니다. 항일 의병장의 유적을 발굴하고 비석을 세워 후대에 널리 알리는 일들이 역시 저희 단체에서 한 일입니다.”

1995년 금남면 향토지를 발행하고 금남초등학교 80년 역사를 책으로 묶어낸 것도 역시 강소장이 이뤄낸 업적이다. 다만 열정에 비해 학문적 수준이 일천한 것이 아쉬운 점이 되고 있다.

“향토사 연구소 명의로 워크 샵이나 세미나를 아직도 열지 못했습니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 반드시 해보고 싶은 사업입니다. 더불어 세종시 발전에 발 맞춰 사라져가는 유래를 정립하고 향토사를 조명하는 계기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전국 최장수 농협 조합장을 거친 강소장은 이번에는 연기군 향토사 연구소장으로서 장수를 누리고 있다. 사라져가고 없어져가는 것에 대한 애착이 그를 향토사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연락처) 010-5315-5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