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수다

[소방시인 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실바람 닿아 잔잔한 물결 ...

2013-10-19     강신갑

 

 

     나는 호수다

     실바람 닿아 잔잔한 물결 일고
     햇빛 머물러 아름다운 평화 있는
     나는 호수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드리운 맑은 호수다 

     중심 밝음과 어둠 교차하고
     향기와 악취 서로 겨루는 
     나는 호수다
     상과 하 밀고 당기는 전장의 호수다 

     오물 침잠해 흙탕죽 뿜으며
     깨진 조각 상처 부르는
     나는 호수다
     칼끝보다 더한 예리함으로 날 선 썩은 호수다 

     나에게 속아 산 가짜
     거룩한 척 의로운 척 선한 척 추한 토구
     나는 호수다
     씻기고 채우고 빚 갚아야 할 정화 중인 호수다

 

 

[시작노트]
나와 대립하는 나, 나로부터 거부 받은 나
나하고 소원해진 나, 나에게서 멀어져 간 나
본래의 나 자신으로 회복되어야 할 나
젖은 맘자리 핀 곰팡이 어두운 혼 씁니다.
선악 구도에 매여 생명과 먹지 못하고
금가고 깨어진 질그릇 수리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