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K팝 콘서트’ 잼버리 대원들, ‘홍대 거리’엔 왜 못 갔을까…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 “끝나고 홍대 거리에 모여 밤새 놀자” SNS 포스팅 영상회의 안건에… 사고·범죄 우려 최민호 세종시장, “결코 안돼” 관철시켜 먼곳 가는 버스, 출구근접 주차… 바나나·비닐봉지 공급 차단, 미끄럼 방지

2023-08-14     류용규 기자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 약 4만3000명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콘서트를 즐긴 후 큰 사고 없이 정해진 숙소로 돌아간 것에는 최민호 세종시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민호 시장에 따르면 태풍 카눈의 한반도 접근을 이유로 지난 8일 전국의 8개 시·도로 분산된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 중 일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상암월드컵경기장 K팝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서울 마포 ‘홍대 거리’로 모여 밤새워 놀며 즐기자’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는 것.

8일부터 수도권 3개 시·도와 세종시, 대전시, 충남·북 등 8개 시·도에 배정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자지 말고 홍대 거리에서 밤새워 논 다음 인천국제공항으로 바로 가서 출국하면 된다는 의견과 주장을 SNS를 통해 주고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스카우트 대원들 일부의 이 같은 동향은 10일 오전 9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원격영상회의 안건 중 하나로 올라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최 시장은 전했다.

한덕수 총리와 잼버리관련 3개 장관, 대원들을 수용한 8개 시·도지사 등이 원격으로 참석한 이날 영상회의에서 ▲K팝 콘서트 종료 후 홍대 거리로 안내해 줄 것인지 ▲스카우트 대원들을 태우고 온 버스 약 1400대를 밤새 대기시켜 놓은 후, 12일 새벽 대원들을 태워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데리고 갈 것인지 등의 의견이 분분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여 밤새워 노는 것은 젊을 때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자칫 사고나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

이에 최민호 시장은 “그래선 결코 안 된다. 대원들 각각의 정부와 부모 마음을 생각하면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거나 범죄 대상이 되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물은 뒤 “콘서트가 끝나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태우고 미리 정해진 숙소로 안전하게 데려가 재워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덕수 총리는 “최민호 시장 의견대로 하겠다”고 확정하고 이를 위한 후속조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약 1400대에 달하는 버스가 콘서트 후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였다.

논의 결과, 가장 먼 곳(전북)에서 온 버스들을 출구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주차시키고 그 다음 먼 곳(대전시, 세종시, 충남·북)에서 온 버스를 두 번째로 가까운 곳에 주차시키기로 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나눠줄 도시락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숙제였다.

“도시락 준비는 시·도별로 알아서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나서 “안 된다. 식중독 사고가 하나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정부가 인증한 업체에서 만들고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됐다고 최 시장은 전했다.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 사고 방지를 위해 한덕수 총리가 “(껍질을 밟아 미끄러질 수 있는)바나나는 절대 넣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고, 같은 이유로 도시락 포장지로 매끈한 비닐봉투를 쓰는 것도 완전히 배제됐다.

최민호 시장은 “원격영상회의에서는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논의해 결정됐다. 대한민국 정부는 결코 허술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