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부모님이 싫다"
[교단일기]박일숙...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야무진 아이 옆에 또 다른 똑똑한 아이, 그 옆에 욕심 많은 아이, 그 옆에 뭐라도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 친구를 기다리는 주변 친구들이 또 무리지어 얘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기 구역 청소하는 아이들까지 종례 후 교실에는 여러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
갑자기 한 친구가 공부하고 있는(핸드폰이 없는) 옆 친구에게 핸드폰을 바로 건넨다. 어머니인가 보다. 금방 간다고 대답한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또 한참을 친구들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다. 몇 분 후 또 다시 전화가 온다. 학생의 목소리가 조금 짜증스러워졌다. ‘왜 전화를 빨리 받지 않느냐? 왜 빨리 못 오느냐?’ 등의 질문이 있는 듯하다. 학생은 ‘내 핸드폰이 아닌데 어떻게 빨리 받느냐, 금방 갈 거다.’ 등 학생의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사실 착실한 학생이고 열심히 하는 학생인데 어머니와의 대화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하게 된다.
어느 날 학급활동 결과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고, 가장 괴롭히는 것이 부모님이고, 부모님이 너무 싫다.’고 응답한 학생이 있어서 상담을 했다. 그 학생의 볼멘 한 마디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엄마가 쉴 틈 없이 얘기해요. 가족은 다 싫어요.”
학교 벌점을 받았을 때는 어머니께서 ‘그 딴식으로 살지 마.’라고 하셨다고 잊지 않고 말한다. 몇 마디 나누다 보니 동생은 감시꾼이요, 어머니는 고자질쟁이(학생의 표현임)로 집에서 혼날 때는 아버지에게 크게 맞는다고 한다.
한솔중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보며 느낀 점은 부모님들이 정성을 참 많이 들이신다는 것이다. 정성의 표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며 노심초사하는 집, 해외여행으로 견문을 넓혀 주는 집, 아버지가 함께 자전거하이킹을 해 주는 집, 정성을 너무 들이느라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지 못하는 집도 있다.
얼마 전 직장에서 상담을 전문으로 하시는 어머니가 학교에 오셔서 자녀상담을 하셨다. 그 동안 보았던 학생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렸다. 어머니 말씀이 본인이 상담을 한다고 넓게 생각하여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만 바랐는데, 그것이 오히려 딸에게 부족함을 만들 줄 몰랐다고 말씀하셨다. 딸아이가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어려운 것이 없다보니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충 웃음으로 때우려는 태도와 모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끝까지 우기는 고집이 생겨난 것을 상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 번 삶의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 정말 예쁘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 설사 말썽을 부려도 밉지 않은 이 아이들에게, 혹시 우리는 교사로서 부모로서 너무 지나친 사랑으로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정 우리가 가야할 길,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