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립도서관, ‘실버세대 위한 공간은 없다’

어린이·청소년 위한 공간 및 프로그램만 풍성… 노년층 불만 큰 글씨 도서, 확대경, 돋보기 비치한 어르신 배려 공간 없어 주부·노인 중·장년층 위한 도서·공간·프로그램·동아리 아쉬워

2021-11-23     문지은 기자
11일

평일인 23일 오전에 방문한 세종시립도서관은 한산했다. 

주말에는 학생들이 몰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모야'와 '이도'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로비에 잠시 앉아 있던 강 모씨(67)는 실망한 표정으로 도서관을 나섰다.

책을 읽으려 했지만 돋보기나 확대경도 마련돼 있지 않았고 조명도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개관한 세종시립도서관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 및 프로그램에 비해 중·장년 및 노년층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은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개관기념으로 마련된 문화행사와 인문학 강좌도 어른들이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세종시 고운동에 사는 장 모씨(65)는 집 근처에 시립도서관이 생겨 개관을 손꼽아 기다렸다.

정작 개관 후 방문한 도서관에서는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1층 유아열람실과 어린이 열람실은 잘 꾸며져 있었지만 일반자료실에 가 보니 자료도 부족하고 관심있는 주제의 도서가 부족해 애써 만든 대출증으로 책을 한 권도 빌리지 못했다.

명사의 서재는 책이 다양한 반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느낌을 받았고, 3층과 4층에 분포된 종합자료실은 면적이 좁고 좌석이 불편해 독서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나이가 들어 눈이 나빠진 후에는 좀 더 밝은 조명으로 책을 보곤 했는데 조명도 전체적으로 어둡고 시니어를 위한 공간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했다.

서울에 살 때에는 시립도서관이 아닌 인근 구립도서관에도 잘 갖춰진 실버존에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강좌와 프로그램도 많았는데, 세종시의 시립도서관은 젊은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장씨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고 학교도서관도 잘 갖춰졌는데 시립도서관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채워지면 늙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실버존이 잘 갖춰진 국립세종도서관도 공사 중이라 못 가고 있는데 시립도서관도 마음 편히 다닐 곳은 아닌 것 같다”며 실망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도서관에 어린이들이 손으로 만들며 체험해보는 공간은 많아 보이는데 어른들은 들어갈 수 없어 아쉽다”며 “아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시간에는 우리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들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면 좋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세종시에도 은퇴 후에도 건강과 활력을 지닌 신중년 인구가 점점 늘고 있어 이들이 여가시간을 보낼 공간과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문학과 고전 및 예술강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며 글쓰기 등과 같은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도 다양하다.

하지만 개관을 기다려온 세종시립도서관에 메인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를 위한 공간이 갖춰지지 않아 실망이 크다.

시립도서관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