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비가 왜 2만원이냐"

[취재단상]만원에 인격 팔아먹은 한 중앙부처 공무원의 한심한 항변

2013-06-03     김기완 기자

“세종시가 중앙부처 공무원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

환경부 한 공무원의 발언이 세종시에 화제가 되고 있다. ‘갑’, ‘을’ 관계에서 보면 ‘을’이 ‘갑’에게 대든다는 것이다. 뉴스 가치로 보면 개가 사람을 무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문 격이다. 그 희소성이 가십거리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사연인 즉 이렇다. 대리운전비가 발단이었다. 서울에서 대리 운전비는 1만원인데 세종시는 2만원을 달라고 한다는 게 ‘중앙부처 공무원에 대한 횡포’가 되었다.

3일 오전 11시 쯤.
세종시청 모 과장이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환경부 과장이라는 상대 신분에 지방의 한 과장은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다. 그런데 그게 얼마가지 않아 ‘어이없는 일’이 되었다.

그 중앙부처 공무원이 세종시청에 전화를 한 이유는 ‘서울보다 비싼 대리 운전비’때문이었다. "서울에서는 대리운전 부르면 1만원이면 되는데 세종시는 2만원 달라는 게 말이 되는가. 세종시가 중앙부처 공무원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 아니냐." 대화 내용의 전부였다.

바짝 긴장했던 지방 공무원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리 운전하는 분들이 모두 그렇게 받지는 않는다” 며 “바가지요금이라면 잘못되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세종시에서 인근 도시 대전이나 청주로 갈 때 대리요금은 ‘+α’를 받는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걸 중앙부처 공무원에 대한 횡포로 규정하고 세종시청에 항의했으니 이거야 말로 ‘갑’의 횡포이고 ‘정신 나간 공직자의 표본’이다.

백번천번 양보해 서울이 왜 모든 것에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그런 논리는 철저한 중앙집권식 생각이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으로 만들어졌다. 과거 획일화된 사회구조로는 다양성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창조의 시대에 맞지 않다.

그것을 실천하러 온 공직자의 ‘비싼 대리운전비 운운’은 아무리 받아들이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된다. 단돈 1만원에 전화질까지 해대는 공직자의 모습에 차라리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그 공무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종시에서는 하루 벌어서 하루를 먹고사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괜히 세종시 탓하지 말고 술 마실 땐 대중교통이 끊어지기 전에 끝내던가 아니면 2만원을 준비하고 음주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