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시각 장애는 장애가 아니죠"

박경자 요리사...요리강습으로 장애인에게 재능기부통해 ‘나눔 실천’

2013-04-26     곽우석 기자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요리’ 라는 재능기부를 몸소 실천하는 이가 있어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금남면에 거주하는 요리전문가 박경자 씨(58).
박 씨는 세종시 여성회관에서 매달 ‘요리’ 라는 기술을 시각장애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그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은 물론이고 복어, 칵테일, 제과 까지 요리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자격증에 요리교사 면허증까지 소유한 그야말로 ‘요리전문가’ 다.

박 씨는 '요리' 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시각장애인과 호흡을 같이한다. 요리를 통하여 시각장애인들의 자신감을 살려주고, 실생활에 도움되는 노하우를 전달한다. 시각장애인들과 더불어 음식 만들기에 한창인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25일 여성회관으로 찾아가 보았다.

현장을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해도 “시각장애인들이 과연 요리를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이러한 우려는 사라졌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 맛을 보는 등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시각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같습니다. 단지 시력이 조금 안 좋다는 것뿐이죠. 강습을 통해 그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씨는 2011년부터 시각장애인연합회 측의 요청으로 1년여 동안 요리강습을 했고, 이달부터 다시 강습을 맡았다. 조리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론부터 실습까지 주도하는 그의 모습에 전문가의 냄새가 묻어난다. 요리강습은 오전 9시부터 시작이다. 다 같이 모여 음식 조리법 등 이론을 배우고 이후 2인1조로 직접 요리를 해본다.

박 씨는 “실습과정에는 이들을 도와줄 비장애인인 보조인을 두어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다” 고 말하면서 “메뉴는 실생활에 바로 활용하기 쉬운 조리방법이 간단한 것 위주로 구성한다” 고 설명했다.

요리실습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모두 진지하다. 빛만 겨우 감지하는 수준의 중증 시각장애인인 한창곤 씨(54)는 “처음에는 음식을 조리하는데 두려움이 많았다” 고 밝히며 “요리강습을 통해 실습을 하면서부터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고 말했다. 그는 “요리강습을 통해 지식을 쌓고 실력을 닦아 요리자격증을 따고 식당을 차리는 것이 목표” 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 씨와 같은 조의 임효숙 씨(68)는 “강사와 함께 요리를 배우며 실습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다” 며 “요리를 배워 실생활에 직접 활용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고 말했다.

유성식 세종시 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시각장애인들 중 혼자 거주하는 분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식생활문제” 라 지적하면서 “요리강습은 이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자립하게 해주는 장애인 재활운동의 일환” 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또, “실생활에 바로 활용 가능하다보니 시각장애인들이 배우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며 이를 통해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효과가 있다” 고 말했다.

시력이 안 좋다 보니 조리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손을 칼에 베는 일도 간혹 생긴다. 이날도 3개조가 냄비를 다 태웠다. 큰 사고가 아니면 대부분 그냥 둔다. 이들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보조인은 도움을 최소로 한다.

박경자 강사는 현재 세종 YMCA부회장, 세종시 자연보호협회 부회장, 효 교육원 국장 등의 명함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위해 뛰고 있다. 현재 노인들을 위한 효 강의, 청소년대상 요리강좌, 예절강의, 학교폭력 예방강의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 요리교실을 통해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배울 것” 을 권하며 “그들에게 요리사 자격증을 따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