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충청지역민 모두가 반길까"

[김선미칼럼]변화 감지되는 충청민심, 인접 도시 상생 전략수립돼야 행정수도 세종이전, 재론할 필요조차 없는 너무 늦은 국가적 과제

2020-08-09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세종시민은 행정수도 이전을 모두 반길까? 충청권 인접 도시들은 두 손 들어 기꺼이 환영할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쏘아 올린 ‘세종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너무 늦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21세기의 헌법재판소가 수백년 전의 왕조 법전인 경국대전에 따른 관습헌법까지 거론하며 위헌 결정을 내린 후 전면 중단됐던 행정수도 이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쟁은 16년 전 위헌 결정 당시와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넘어 사실상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면서 국민여론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일부 여론조사는 여전히 행정수도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오기도 했으나 몇몇 조사에서는 반대보다 찬성이 많아졌다. 전체적인 여론 흐름에 비춰볼 때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행정수도 이전, 16년 전 위헌 결정 당시에 비해 긍정적 신호

지난달 말 이뤄진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9%가 이전에 찬성, 반대는 34.3%로 찬성 여론이 20%p 가까이 우세했다. SBS 조사에서는 찬성 48.6%, 반대 40.2%로 행정수도 이전 찬성 의견이 오차 범위를 벗어나 반대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한 여론조사는 이전 반대 여론이 높았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자체 조사 결과,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해야 된다’는 의견은 42%, ‘서울시 유지’가 49%로 집계됐다. 오차 범위를 벗어나 이전 반대 여론이 우세하게 나타난 것이다.

대전·세종·충청지역의 이전 찬성은 57%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보다는 높지만 압도적 지지는 아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절대적이 아니어서 조사 의뢰자, 조사기관, 조사 시기, 질문 방법 등에 따라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갤럽의 여론조사를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의미심장한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충청권 민심의 변화다.

충청권 찬성 우세하나 압도적 지지는 아니다, 호남지역 보다도 낮아

갤럽은 2003년 12월의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는데 당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여론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44%, 43%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반면 대전·세종·충청 지역 응답자는 87%가 찬성했다.

‘서울시 유지’ 의견은 고작 8%에 지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100% 찬성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행정수도 세종 이전에 대한 충청민의 열망이 뜨거웠다는 얘기다.

2020년 조사에서 대전·세종·충청지역의 행정수도 이전 찬성은 57%로 여전히 ‘세종시 이전’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2003년도 조사와 비교하면 이전 찬성은 30%p가 낮아진 반면 ‘서울시 유지’ 응답은 찬성 비율이 낮아진 비율만큼 8%에서 36%로 높아진 것이다.

또한 충청권의 찬성 응답은 놀랍게도 행정수도 이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타 지역보다도 낮다. 광주·전라 지역의 경우 찬성 응답이 67%로 충청권의 57% 보다 무려 10%p나 높았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다시 불이 당겨진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당혹스러운 충청권 민심 변화, 무엇이 충청민들을 주춤하게 하는가?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의 당위성은 새삼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위헌 결정에 대한 반대 투쟁의 전면에 나서며 뜨거운 염원을 모았던 충청권이다. 누구보다 열렬한 지지자였던 충청지역은 역설적으로 왜 그 어느 때보다 행정수도 이전과 완성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을 때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까?

행정수도

도시전문가와 정치권,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세종시가 인접 도시에 미친 영향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초 세종시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해 출범했지만 기대했던 수도권 분산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세종시를 탄생시킨 주역인 대전·충청권에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세종시가 인접 지역의 인구는 물론 공공기관, 민간기관에 사기업까지 빨아들이는 빨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행정수도가 이전할 경우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충청 민심이 식은 이유다. 인구유출과 부동산 과열은 대표적 이슈다.

이웃 도시들 인구유출 등 세종시 독식에 피해의식 커, 역풍 불 수도

물론 여전히 찬성 비율이 높고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세종시 독식의 폐해에 대한 피해의식까지 더해질 경우 가장 가까운 지역부터 행정수도 이전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충청권 민심의 변화는 이웃도시들을 배제한 일방적 독주에 대한 사전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당위성과 여론의 긍정적 변화에 고무되기에 앞서 심각하게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인접 도시에 대한 상생 전략이 함께 수립되지 않을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