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택시 10% 휴업 초유의 사태? 위기 넘겼다

'연기운수' 코로나19 경영난 휴업 신청, 세종시청 반려 처분 노조 측 "사측 휴업 신청 규탄, '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촉구

2020-05-01     곽우석 기자
조치원역

32대의 택시를 보유한 세종지역 택시업체 '연기운수'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휴업 신청을 했으나, 세종시청의 반려 처분으로 결국 무산됐다.

가뜩이나 부족한 세종시 택시(352대)의 약 10%가량이 멈춰서는 초유에 사태에 직면할 뻔 했으나, 일단 위기를 넘긴 셈이다.

노조 측은 “경영합리화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휴업을 신청했다”며 사측의 태도를 강력 비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택시 전액관리제’ 시행을 통해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일 세종시에 따르면, 연기운수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와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이달부터 8개월간 휴업신고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민원 처분 시한일인 이날 휴업 신청에 대해 최종 반려 처분을 내렸다.

시 관계자는 "경영 관련 자료를 확인한 결과 사업주 매출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었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영상태가 나아질 것으로 보여 반려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택시업체의 휴업은 행정청의 허가 사항이다.

노조 측은 사측의 휴업 신청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택시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주의 휴업신청 이유인 ‘경영악화, 매출감소’는 사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 근거도 없다”며 “대당 운송원가 산출표도 제시하지 않은 엉터리 휴업신청”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전 국민이 고통 분담을 하는 상황에서 경영 합리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휴업을 신청했다”며 “이는 시민들의 택시 이용에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60여명의 택시 노동자 생존권을 박탈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택시 전액관리제’ 시행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연기운수는 아직까지도 불법적 사납금제를 고수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의 생계보장을 위해 단계적인 월급제 시행을 골자로 한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액관리제’란 택시 운전자의 과도한 노동을 막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기존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도입한 것으로, 군 지역을 제외한 전국 1373개 법인택시 업체가 적용 대상이다.

택시운송사업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입제, 도급제, 세금탈루 등 불법경영을 근절하자는 취지다. 특히 승객이 부담한 택시 운송 수입금의 투명한 관리와 함께 택시 운전자의 처우 개선, 택시 월급제 시행, 택시 이용승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을 도모하자는 포석도 깔려있다.

일정 금액의 사납금을 내고 나머지를 가져가던 기존 사납금제와 달리,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내고 월급 형태로 임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송 수입금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임금에서 공제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세종시 관내 택시회사들의 경우 아직까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선 궁극적으로 사납금제가 아닌 전액관리제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타 지자체의 경우 전액관리제 시행에 따른 택시기사들 사이 찬반 논란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측은 택시업계의 저임금 문제로 지목된 사납금제 대신 기사들의 월 급여를 고정하고, 안정적인 생계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기사들의 운행 시간도 줄어 안전한 운행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노동의 양과 관계없이 고정 급여를 받을 경우 승차 거부, 장거리 손님 골라 태우기 등 ‘질 낮은 택시 서비스’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 이익을 따로 챙기고 기본급 이하일 때 누릴 수 있는 세금감면 등을 감안할 경우 사납금제가 낫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택시 회사들도 전액관리제를 시행할 경우 일정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회사 운영이나 월급 지급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반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