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축동 원주민 어르신들 “화났다”

세종시 의회에서 가결된 동명칭, 유한식 시장 거부에 반발

2013-03-13     신도성 기자

박대통령에게 주민탄원서 발송 “600년 전통 지켜달라” 간절히 호소

한 동네의 이름을 놓고 ‘도담동이냐 방축동이냐’ 지명 선정에 세종시 의회와 집행부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방축리 출신 원주민들이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230명의 원주민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보냈다.

방축리 출신 원주민들은 이에 앞서 3월 12일 KBS에도 탄원서를 보내 ‘우리가 사는 세상 ’프로에 호소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방축동은 1414년 조선시대 연기현 때부터 방축골이라 하였고 일제강점기에도 마을이름을 개명 안하고 방축리로 했는데, 갑자기 도담동으로 개칭하는 것은, 가뜩이나 선대부터 살던 땅을 팔고 조상묘까지 이장한 마당에 오래된 마을이름마저 뿌리뽑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며 행정구역 명칭을 방축동(方丑洞)으로 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방축리 출신 원주민들은 1-4지구 원주민 임대주택 계약자 및 입주자들을 대표하여 김관수, 김영달, 임영창씨가 공동대표를 맡아 세종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유한식 시장이 방축동의 좋은 지명의 유래를 모르는 일부 외지인의 말만 듣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지난해 동명 결정에 대해 형평성을 잃은 점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원주민들은 2012년 5월 23일 세종특별자치시 행정구역 설치명칭 제정에서 방축동이 아닌 도담동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바로 다음날 행안부 실무자인 세종시출범준비단에 주민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도담동에 대한 명칭을 방축동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장영실동과 박연동도 이의를 제기 나성동과 월산동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나 유독 방축동만 도담동으로 명명했다. 이에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행안부측에서는 2012년 7월1일 세종시 출범 후 세종시의회에서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신을 해와 주민들은 기다렸다. 바로 지난해 7월 24일 지역출신 고준일 의원에게 주민들이 발의를 요구했고 10월 23일 14명의 세종시 의원이 발의하여 12월 15일 세종시의회에서 방축동으로 명칭 변경이 가결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발생됐다. 의회에서 가결된 방축동이라는 이름의 시의회 의결사항이 집행기관인 세종시로 넘어오면서 유한식 시장이 2012년 12월 31일 거부권을 행사하여 재의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주민대표들은 유한식 시장을 4차례 방문하여 재고를 요청했으나 유한식 시장은 “일부 입주 예정자들이 도담동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민원이 있어 어쩔 수 없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관수 대표는 “당시 90살이 다된 마을 원로가 유한식 시장을 만나, ‘내가 나이가 많이 들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600년이 된 방축이라는 지명을 일제시대 때도 지켜온 만큼 고향의 뿌리를 지키게 해달라’고 간청했는데, 이에 대해 유시장은 ‘나 하고 친한 김고성씨가 와서 얘기해도 안 된다고 했다’고 말해 울분을 금치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관수 주민대표는 “‘방축(方丑)이라는 지명은 ’소가 들어 있는 방향‘으로 ’커다란 황소가 외양간에 누워있다 하여 예부터 복된 마을‘로 원수산 양 옆에 황우산(黃牛山)과 부처산이 감싸고 있고 덕성서원과 대덕사가 자리잡은 명당 길지로 1414년 마을이 생긴 이래 부자와 인물이 많이 나는 곳이다”며 “방축동에 오면 모두가 부자가 되는 명당 중에 명당으로 방축이라는 이름이 600년이나 존속한 이유인데 불구하고, 그렇게 악독한 일본인들도 안 고친 동네명칭을 하루아침에 어감이 좋지 않다고 고친다면 개악(改惡)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축동 원주민들은 “유한식 시장이 나성동과 월산동은 이름을 바꿔주고 유독 방축동만 안 된다는 논리는 납득할 수 없다”며 “세종시 의회 의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가결한 방축동이라는 동명을 거부한 것은 오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올해 87세의 마을 원로는 “세종시 의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재심의를 하여 유한식 시장의 오만함에 대해 의회의 권위를 세워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드린다”며 “나이가 들어 무슨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선조들이 지켜온 좋은 명칭이 후손들에게 잘 전해져 잘 살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뿐”이리고 토로했다. 주민대표들은 이달에 열리는 세종시 의회에서 현명한 판단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