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을 공공임대 분양전환 초읽기, 판교발 논란 재현?

총 1362세대 중 1114세대 조기분양 희망, 감정평가서 결과 공개 초읽기..갈등 여부 촉각

2019-12-06     곽우석 기자
‘10년

전국 최초로 조기 분양전환이 이뤄지는 세종시 첫마을 '10년 공공임대'. 정상적인 로드맵대로라면 임차인들은 이르면 내년 초 '내 집 마련'이란 장밋빛 꿈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관건은 분양전환가격이 주민들의 눈높이와 부합하느냐 여부다. 상황에 따라 '판교발 논란'이 되풀이되며 갈등이 수면위로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세종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LH는 첫마을 10년 공공임대에 대한 조기 분양전환을 공식화하고 최근 감정평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차인들과 분양 전환에 합의한 뒤 제반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다.

조기분양은 입주 후 5년을 경과한 ▲2단지(446세대) ▲3단지(214세대) ▲4단지(322세대) ▲5단지(156세대) ▲6단지(224세대) 등 모두 5개 단지 1362세대가 대상이다.

이중 조기분양 희망 세대는 지난달 22일까지 1114세대로 무려 85.3%(계약 1306세대 기준)에 달한다. 세종지역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어 시세가 높지 않은 점이 이 같은 흐름을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단지별로는 ▲3단지(200세대, 94.34%)가 가장 높고, 이어 ▲4단지(279세대, 90.88%) ▲2단지(347세대, 83.01%) ▲6단지(174세대, 80.18%) ▲5단지(114세대, 75%) 등으로 나타났다. 금강 조망이 가능해 입지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3단지는 거의 전 세대가 분양전환을 신청한 점이 주목된다.

첫마을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법인 2곳의 '산술 평균가격'으로 정해진다. 임차인들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우수 감정평가법인 13곳 중 4곳을 추천해 지난 10월경 세종시청에 전달했고, 시청은 이중 2곳을 선정해 감정평가 작업을 의뢰한 상태다.

감정평가가격은 오는 13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감정평가서는 이날 세종시와 LH에 제출되고, 이후 각 임차인들에게 통보된다.

문제는 분양전환가격이 입주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느냐다.

이곳 공공임대는 2010년~2011년 분양당시 1억 2000만원(59㎡), 1억 8000여만원~2억 1200여만원(84㎡)에 공급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변 평균 시세는 59㎡ 2~3억원 안팎, 84㎡ 2억 후반~4억원대 수준이다.

통상 감정평가 금액은 시세의 80~90% 수준에서 결정되는데, 각 단지마다 갖고 있는 입지 환경이 제각각이어서 일부 단지에선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비알티(BRT)와 인접한 2‧3단지 쪽이 타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전환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판교발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10년 의무 임대 기간을 꽉 채운 판교 산운마을 입주자들은 분양전환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LH중소형 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성남시 판교 산운마을 11‧12단지 분양전환 시 LH는 3400억원이란 막대한 분양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양전환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관련 법 시행규칙에 '분양전환가는 감정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상한선만 있을 뿐"이라며 "서민들에게 공급한 중소형아파트를 법정 상한선에 맞춰 분양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적정한 할인률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당 세종시당(위원장 이혁재)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분양전환 임대주택 특수성과 사업의 공공성 등의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세종시와 LH가 감정평가업체에게 적정한 할인율을 적용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세종시의회 안찬영 의원(더불어민주당, 한솔동) 역시 감가상각 등을 고려한 적정한 분양전환가 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 의원은 “통상 아파트 수명을 40년이라 보면 10년 공공임대는 수명이 4분의 1 지난 것으로 보아 25% 가량의 감가상각이 필요하다”며 “특히 공공임대 아파트는 현재까지 전혀 거래된 적이 없어, 민간아파트 시세를 그대로 반영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LH의

다만 세종시의 경우 판교와는 달리 비교적 마찰 없이 분양전환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대비 시세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어서, 판교발 논란에서 비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 10년 만기 후 분양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판교지역의 경우, 산운마을 ▲11단지 51㎡ 4억 2282만원 ▲59㎡ 5억 1155만원 ▲12단지 55㎡ 4억 5936만원 ▲59㎡ 5억 737만원 등으로 분양전환 가격이 산정됐다. 첫마을 인근 비슷한 타입 대비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는 LH가 그간 고수해왔던 '조기분양 불가'라는 철옹성 같은 원칙을 뒤엎고 조기분양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최초 분양당시 대비 2~3배 이상 시세 폭등으로 '분양전환가격 책정 기준' 논란이 거세지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첫마을 분양전환가격이 어떻게 도출될 지, 또 임차인들이 향후 어떠한 대응에 나설 지 촉각이 쏠리는 대목이다.

임차인들은 감정평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이의제기를 하거나, 입주민 동의를 얻어 감정평가사를 재선임해 2차 평가를 진행할 수도 있다.

만약 분양전환가에 대한 이의 신청이 없다면 이르면 내년 2월초부터 계약이 가능할 전망이다.

혹은 이번에 분양전환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전환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022년 2월~9월 임대종료 기간까지 거주한 후 그때 분양 전환을 받을 수도 있다.

안영화 세종시 LH 중소형 공공임대 연합회장은 “감정평가 가격이 적절한 금액으로 나와야 분양전환 계약까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개개인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각 단지마다 가격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