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천 옛 위령비 옆에 새로운 비석 세워졌다

슬픔의 다리 상징하는 희생자 위령비, 금남면 주민 요구로 신축 예산 편성 한 곳에 두 위령비 있어서는 안된다는 속설에 용수천 뚝방에 옛 비석 묻어

2019-07-29     김중규 기자

40년 동안 슬픔의 다리 ‘성덕교’를 지켰던 ‘희생자 위령비’가 새로운 비석으로 바뀌면서 예전의 위령비는 뚝 방 속에 영면(永眠)하게 됐다.

1978년 장마로 불어난 용수천을 고깃 배로 건너다가 희생된 금호중 15명의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같은 해 11월 30일 주민들과 희생자 유족들이 건립한 ‘용수천 희생학생 위령비’는 성덕교의 신축확장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초 유족과 금남면 일부 주민들은 새로운 위령비 한 쪽에 보존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2개가 동시에 한 곳에 있으면 영혼들에게 좋지 않다는 속설에 따라 신축 비석 아래 용수천 뚝 방에 묻어버렸다는 것이다.

다만 1978년 당시 글귀는 그대로 신축 비석에다 새겨 그 뜻을 이어가는 것으로 중지(衆志)를 모았다.

이에 따라 비석 뒷면에 ‘1978년 7월 20일 비 오던 아침에 갑자기 강물에 휘말린 거룻배 전복으로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어이없이 져버린 그 가련한 넋들을 달래주기 위하여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다리를 놓고 여기 용수천 가에 뜻 모아 비를 세우나니 그대들 똧다운 넋이여 고이 잠들라’ 라고 새겼다.

이와 함께 금호중 출신 향토시인 강신갑 시인의 ‘못다 핀 15송이 꽃이여’라는 추모시를 ‘용수천 희생학생 위령비’ 왼쪽에 오석(烏石)으로 새겨 슬픔의 다리 신축으로 인한 역사성 훼손을 보완해주었다.

새로 건립된 비석은 거북 받침에다 용머리를 이고 있는 전형적인 전통 양식으로 옛 위령비가 있던 곳에 세워졌다. 약 108억원이 들어간 성덕교 확장 신축 공사 예산에는 위령비 건립비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으나 금남면 주민들이 나서서 신축을 요구, 추가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위령비에는 오탈자가 있었는데다가 과거 공기총 사격 연습 표적이 되면서 군데 군데 훼손된 곳이 많아 차제에 오래도록 남을 비석 제작이 필요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였다.

금남면 주민 김동빈씨는 “41년 전 못다핀 희생자들의 시신이 현 금남 의용소방서 앞에 모셔졌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며 “슬픔의 역사지만 다리 신축으로 역사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희생자 추모비 건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편, 2017년 이후 매년 7월 19일을 맞아 위령제를 지내온 금남원주민 청년회 측은 올해에도 성덕교 준공식 다음 날 영혼을 위로하는 제를 올리는 등 연례행사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