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택시업계도 KTX세종역 발목..'과도한 어깃장'

대전 택시업계 12일 "세종시-대전시 공동영업 허용하라" 주장 '대전 가는 택시 타는 곳' 표지판 철거에 반발..KTX세종역 중단 촉구

2018-10-12     곽우석 기자

대전 택시업계가 세종시와의 택시 사업구역 통합을 요구하면서 'KTX세종역 신설 반대 카드'를 들고 나왔다. 기존부터 줄곧 세종역 신설을 반대해왔던 충북과 함께 공조를 취하는 모양새인데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 택시업계 "세종시-대전시 공동영업 허용" 촉구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전지역본부 등 대전 택시업계 5개 단체 100여명의 회원들은 12일 오전 세종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세종과 대전의 상생과 지역 주민 편의를 위해 택시사업구역을 공동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전에서 세종으로 8만여명 이상의 인구가 유출되면서 승객 감소로 택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세종시가 국토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당초 목적인 수도권 인구분산과 주변도시와 균형발전은 이루지 못한채 오로지 세종만을 위한 기형적 성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KTX세종역 추진을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서대전역 이용객이 급감과 함께 대전역 이용자수도 크게 줄어 역세권이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또 세종역이 들어설 경우, 세종역에서 대전으로 가는 손님들을 대전 택시가 태울 수 없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대전 택시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표면적 이유는 '승강장 표지판' 문제다. 세종시에 있던 '대전 가는 택시 타는 곳'이라는 승강장 표지판 2개가 사라졌다는 것. 이 표지판은 세종(첫마을 아파트·정부세종청사)과 대전(반석역·노은역)에 각각 2개소씩 설치되어 있다.

대전 택시업계 관계자는 "대전 택시가 세종시에 승객을 태우고 왔다가 다시 복귀할 때 '귀로영업'을 할 수 있도록 표지판을 만들어 놓았지만 최근 세종시가 이를 일방적으로 철거했다"며 "정상적인 귀로영업을 하지 못해 빈차로 복귀해야 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종시 측은 대전 택시업계 측이 ‘대전 가는 택시 타는 곳’ 표지판을 ‘공동사업구역을 허용한다’는 의미로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전 택시들이 표지판 앞에 택시를 장시간 정차한 채 불법 귀로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중에 잠시 정차해 손님을 태우는 것이 아닌, 장기 정차하거나 귀로를 벗어나는 영업은 엄연한 불법이다.

시 관계자는 “불법 귀로영업에 대한 세종 택시업계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태”라며 “지난 2016년 1월경 ‘대전 가는 택시 타는 곳’ 표지판을 일반 ‘택시 타는 곳’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시공동영업구역 요구에 KTX세종역까지 반대..'과도한 어깃장'

대전 택시업계는 이날 세종-대전 택시사업구역 통합 운영 주장과 함께 ▲대전시 가는 택시 타는 곳 표지판 원상 복구 ▲유성 인근 KTX세종역 신설반대 ▲국회분원 대전시 설치 ▲대전-세종 BRT 운행 중단 ▲청와대 분원 대전시 설치 ▲세종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폐지 ▲행복청 해산과 예산 중단 ▲세종시의 충청권 동반 성장방안 모색 등을 요구하고,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대전 택시업계는 지난해에도 사업구역 통합을 주장하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행정수도 개헌 반대'에 목소리를 냈는데, KTX신설 반대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 측이 반발하고 있는 KTX세종역 신설 문제에 대전 택시업계까지 가세한 모양새다. 충북 역시 연일 세종역 추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택시 사업구역 통합 문제와 'KTX세종역 설치', '대전-세종 BRT 운행', '행복청 해산과 예산 중단' 등 세종시 주요 현안을 결부시키는 것은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이다.

KTX세종역이 설치될 경우 대전 북부권 이용객들의 편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대전에서 세종으로 오는 택시 승객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 대전 택시업계가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전-세종 BRT 운행 중단 등으로 일반 시민들의 편의를 볼모로 잡는 것도 근시안적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세종시는 관내 택시업계의 반발로 공동사업구역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 택시가 8천여대가 넘는 반면 세종 택시는 352대에 불과해 사업구역을 통합할 경우 세종 택시업계가 생존권 위협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춘희 세종시장 역시 지난해 "택시영업은 사업구역내에서 이뤄지는 게 원칙이고, 사업구역 통합이나 조정은 영업환경이 동등한 수준과 상호 공감대가 형성된 전제하에 검토할 수 있다"며 사실상 통합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전지역본부·민주택시노동조합 대전지역본부·대전개인택시조합·대전법인택시조합·모범운전자연합회 대전지부 등 5개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