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이런 황당한 건물이...‘논란’

오피스텔과 신축 호텔 마주보고 위치해 사생활침해 불 보듯, 인허가 논란

2018-07-10     곽우석 기자

“이런 건물이 어떻게 들어설 수 있죠..? 인허가 기관은 제정신인지...”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에 황당한 구조의 건물이 마주한 채 들어서고 있어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은 행복도시 어진동(1-5생활권) C20-1블록.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맞은 편인 이곳에는 지상20층, 지하3층, 연면적 32,240㎡(건축면적 1,754㎡) 규모의 관광호텔(세종스파호텔)이 한창 공사중이다. 건축주인 세경건설은 지난 2016년 8월 착공해 2019년 2월 준공해 상반기 문을 열 예정이다.

문제는 이 호텔이 인접한 오피스텔과 서로 마주보는 구조로 건립되고 있어, 상대방 조망권 훼손은 물론 사생활침해까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호텔 바로 옆 C20-2블록에는 지상 17층, 지하4층, 연면적 48,373㎡(건축면적 4,028㎡) 규모의 푸르지오시티2차 오피스텔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 현장을 보면 오피스텔 일부 세대의 경우 창문 바로 앞이 벽으로 가로 막혀 답답한 모습이다. 특히 두 건물 모두 상대방의 거주 공간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구조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건물이 한층한층 올라갈 수록 이 같은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오피스텔의 한 입주민은 "호텔이 불과 10여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아 답답한 실정"이라며 "여름철에는 창문도 마음대로 열어놓지 못하고 지낼 것 같다"고 토로했다.

향후 호텔이 준공된다면 호텔 투숙객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오피스텔의 시세와 임대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산권 침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호텔 객실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피스텔의 경우 매매가는 물론 임대료도 다른 호실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호텔에서 훤히 보이는 오피스텔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대에 비해 시세가 20% 가량 하락한 상태"라며 "세입자들 역시 호텔과 마주하는 호실 입주를 기피하고 있어 임대료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공사 소음과 분진 등의 민원도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호텔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세대는 약 63세대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대는 현재 호텔 건축주와 피해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안일한 행정에 있다는 지적이다.

호텔 부지 매각 시 건물간 이격 거리와 방향 등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통해 논란 거리를 미리 차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행복청에 따르면 오피스텔이 준공한 것은 2014년 8월 19일, 호텔 부지가 매각된 것은 2014년 7월 30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피스텔이 준공되기 불과 20일 전 호텔 부지가 매각된 셈이다.

다시 말해 논란을 방지할 수 있었던 시간은 충분했다는 게 시민들의 주장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양 건설사 측이 토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구조로 건물을 짓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오피스텔과 호텔 모두 법적인 규정을 어긴 것은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행복도시가 백지상태에서 건설되고 있는 '계획도시'라는 점에서 종합적인 도시계획 등 면밀한 행정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백년대계인 행복도시가 주먹구구식으로 건설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관계당국의 꼼꼼한 행정이 아쉽기만 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