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 비하 아름고 문건 ‘공분’.. 급기야 감사 착수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개선 촉구...최교진 교육감 또 한 번 사과, 종합대책 추진

2018-07-04     곽우석 기자

세종시 조치원읍과 신도시 지역을 계층별로 분류한 편향된 '아름고 교육과정 문건'이 지역사회의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세종시교육청이 철저한 감사를 통해 관련자를 조치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특히 지난 2일 개원한 세종시의회에서도 아름고를 방문하고 교육 현장 전반의 문제점 개선을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아름고 공식홈페이지에 공개된 '2017학년도 학교교육과정 운영계획안'이 지난달 29일 학부모들에게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조치원읍과 신도시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분류하면서 "계층 간 격차를 보인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아름고는 조치원읍 학생들은 "생활수준이 낮고 불안정한 가정환경의 구시가지 학생들"로, 신시가지(첫마을) 학생들의 경우 "생활과 가정환경이 우세한 학생들"로, 나머지 학생들은 "이전기관종사자 자녀로 구성된 전입생" 등으로 분류했다.

SNS상에는 곧장 “학교가 나서서 조치원읍 학생들에게 차별의 낙인을 찍고 있다”, “지극히 편협한 평가 내용을 공개적으로 올렸다”, “이런 글을 작성한 교사들이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느냐” 등 비판이 주를 이뤘다.

‘차별 없는 학교를 꿈꾸는 세종 학부모모임’은 지난 1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의 본질은 동지역 학생과 읍면지역 학생과의 구별과 차별이 주된 요인"이라며 "특정지역을 거명해 그 지역학생들을 마치 문제 있는 빈민촌출신으로 낙인찍어 버리는 행위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가세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 세종시당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모멸적인 표현을 사용해 지역갈등과 해당 지역 학생 및 학부모들이 열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세종시의 소지역주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정의당 세종시당도 4일 "평등한 교육권이 보장되어야 할 교육 현장에서 드러난 일상적 편견과 차별의 시선에 유감을 표한다"며 "단지 표현의 문제를 넘어 일선 학교 운영의 기본이 되는 연간 교육계획의 수준과 실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세종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3일 아름고를 직접 방문해 문건 작성 경위와 원인, 사태 수습 경과를 확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직원 대상 민주시민 의식과 학생인권 관련 연수를 강화해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교육청에 주문했다.

상병헌 교육위원장은 “아름고 개교 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과정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어려운 시기지만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현명하게 대처해 이번 사태를 수습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급기야 세종시교육청도 다시 한 번 사과의 뜻을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최교진 교육감과 홍순상 아름고 교장의 사과문 발표에 이은 두 번째 사과다.

최교진 교육감은 4일 서한문을 통해 “아름고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학생·학부모·시민들과 특히, 조치원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아름고 학교교육과정운영계획의 일부 편항된 서술은 우리 교육청의 철학과 방향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사안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도 했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 관련자를 조치하는 등 종합 대책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학교장의 학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교사 의식을 위한 전 교사 대상 연수 계획 ▲읍면지역 교육환경 개선 및 교육력 제고 종합 계획 추진 ▲종합 대책 추진과정 학부모·시민들과의 소통과정 공유 등도 약속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이런 대책이 이미 마음을 상한 학생, 학부모, 시민들께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세종교육에 애정을 가지고 계신 학부모, 시민들의 채찍을 겸허히 받아들여 더욱 성찰하고 세심하게 현장을 살피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