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탑은 혐오시설" 불교계 또 '발끈'

호수공원 부처님 오신날 봉축탑 설치, "혐오시설이라서 불가"

2018-03-28     김중규 기자

“봉축 탑은 혐오시설이어서 호수공원에 설치할 수 없습니다.”

세종시 불교계가 또 한번 발칵 뒤집혔다.

종촌종합복지관 센터장 문제로 세종시와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불교계가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탑 설치를 두고 발끈하고 있다.

더구나 봉축 탑이 들어서는 곳은 이미 지난 해 12월부터 약 한 달 간 크리스마스 트리로 ‘예수님 오신 날’을 세종시민들에게 알렸던 장소여서 불교계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되고 봉축탑은 안 된다”는 세종시 종교 편파 행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세종시 불교 사암연합회 최병철 사무장은 27일 오후 산림공원과를 찾아 정부 세종컨벤션센터 앞 쪽에 높이 7m 크기의 봉축 탑 설치를 협의했으나 담당자로부터 “혐오시설이어서 시민들이 싫어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같은 장소에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를 거론하면서 재차 묻자 “크리스마스 트리는 종교시설이 아니어서 가능했다”고 말해 이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불교계가 성명서 발표와 종교 편향 바로잡기 집회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교 전문지인 법보신문 기자도 동석, 논의 내용을 광제사 원행스님에게 알렸고 원행 스님은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밤늦게 불교계에 공지해 28일 9시 현재 대책 수립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원행 스님이 보낸 내용은 ▲설치장소에 잔디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봉축탑은 혐오시설이고 ▲반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비 종교시설이어서 설치가 가능했으며 ▲봉축탑이 너무 크다는 게 세종시 담당 주무관의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답변 이후 법보신문 기자가 해당 주무관에서 확인 전화를 하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이후 저녁 8시쯤 담당자가 다시 사무장에게 “내일 오전에 현장 답사 후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는 게 요지이다.

원행 스님은 “세종시 관계자들의 불교 모독이 묵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며 “신도들과 논의 후 성명서 발표, 또는 항의 집회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 불교 사암연합회장인 영평사 환성 스님은 “트리는 나무라서 괜찮고 탑은 혐오시설이라는 공무원들은 상식 밖”이라며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세종시처럼 시비를 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해에도 정부세종청사 앞 봉축탑 설치 문제를 놓고 “크리스마스 트리는 문화시설, 봉축탑은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거절해 불교계가 항의를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