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때아닌 '종교전쟁' 기독교-불교 극한대립

'불교문화체험관' 건립에 기독교계 반발, 예산 삭감되자 불교계 들고 일어서, 법적 공방 예고

2017-12-07     곽우석 기자

세종시 전월산 인근에 건립 예정인 '불교문화체험관'을 두고 기독교와 불교계가 팽팽히 대립하며 ‘종교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예산이 기독교계의 반발로 세종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되자 불교계가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세종시 불교계, 불교문화체험관 예산 삭감에 '반발'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와 불교신행단체연합회는 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통문화를 부정하고 종교편향을 자행하는 일부 시의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그릇된 종교관을 지닌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타 종교를 배척하며 전통문화 보전사업을 반대하고 종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시민들과 신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종교 지도자(목사)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시의원들은 종교편향과 허위 사실에 근거해 불교문화체험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친 사업에 대해 종교적 잣대를 들이대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맹비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평사 환성 스님은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보고인 한국 불교와 관련해 시민과 세종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전시, 체험, 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부지 매입과 사업 예산 확보는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통문화 보존과 계승은 종교적, 정치적 유·불리와 이해관계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전통문화를 부정하고 사회를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가는 반사회적 종교편향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춘희 시장 역시 불교계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 시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체험관은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 관련법에 근거해 추진되는 시설"이라며 "어느 종교에서 추진하든 시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S-1 생활권 종교시설용지, 어떻게 추진되나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2019년까지 전월산과 총리 공관 인근 S-1 생활권 종교시설용지( 16,000㎡) 내에 사찰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해당 사찰 부지 내 2475㎡(연면적 5,850㎡)에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로 들어서는 시설이다. 총 180억원의 사업비 중 국비(54억 원)와 시비(54억 원)가 10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상설 전시 4실과 기획전시 1실, 특별 공연장(최대 500석), 참선 체험 2실, 문화 체험 4실, 사무공간, 주차장 등이 들어선다.

조계종에 따르면, 해당 종교부지에는 세종시가 출범하기 전부터 '석불사'(연기군 양화리 577-1) 라는 사찰이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계획으로 인해 2140여㎡(648평)가 강제 수용되면서 없어졌다. 이에 석불사는 원주민 종교용지 협의양도에 관한 권리를 조계종에 이양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3년 10,730㎡의 부지를 '협의양도인 종교부지'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조계종에 통보했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2014년 3월 해당 종교 부지를 매입했다. 해당 부지는 2015년 개발계획 변경(36차)을 통해 16,000㎡ 규모로 확정됐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국고보조금은 지난 8월 중앙재정투자심사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됐다.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기독교계 반발에 예산 삭감 논란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소식이 전해지자 그간 기독교계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국비와 시비를 들여 불교시설을 건립한다는 이유에서다.

기독교계는 수차례의 반대 집회를 통해 ▲불교문화체험관 건립 백지화 ▲철회가 불가할 경우 한국기독교문화체험관 동시 건립 ▲해당종교부지에 불상 설치 불허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기독교계 측은 "불교시설인 체험관이 전통문화체험 지원시설로 포장되어 정치행정타운 예정지 인근에 건립되고 있다"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 108억원을 들여 불교문화체험관을 건립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원칙을 세워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고 편향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불교문화체험관은 특정종교에 치우친 시설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종교부지와 관련해 ‘행복청과 조계종과의 유착’, ‘국정농단의 작품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행복청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종교용지사업계획 등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예산안을 부결시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산건위는 지난 1일 국비 20억 원과 매칭해 반영된 '시비 20억원'을 격론 끝에 삭감했다. 의견이 분분해 예산안을 두고 표결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예정되어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예산 부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사업 진행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기독교계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특혜성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예결위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계종단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 단체와 언론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 법적 공방도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