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세종시로 바뀌었습니다, 음하하하!"

페이스 북 세종시 등재문제 맨먼저 제기한 임수경씨로 부터 듣는 뒷 담화

2017-11-29     김중규 기자

“어제 밤에 페이스 북에서 난리가 났어요. 시민들이 축하 릴레이를 벌였습니다.”

출범 5년이 지나도록 페이스 북에 ‘세종특별자치시’가 표기되지 않았던 세종시가 28일자로 등재가 된 이면에는 여러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맨 처음 문제를 공론화장으로 끌어냈던 임수경 세종시 교육청 주무관은 등재 이후 분위기를 전하면서 페이스 북에 올라가기 까지 과정을 털어놓았다.

올 4월 그는 세종여고 3학년 전혜림 학생을 만났다. 세종시 교육청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캠퍼스형 공동 교육과정을 위해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여기에서 임 주무관은 전혜림 학생으로부터 불평 아닌 불평을 들었다. 바로 세종시가 페이스 북에는 ‘연기군’으로 표기가 되고 있어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전 양은 평소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과 페이스 북을 통해 만나서 가르쳐주는데 세종시가 아닌 충청남도 연기군이어서 설명하고 바로잡는데 매번 불필요한 수고를 해야만 했다. 그걸 임 주무관에게 하소연했다.

우리야 다 알고 있지만 사는 곳은 세종시인데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외국에서 볼 때는 이해가 되지 않는 투명 도시와 같은 것이다. 그걸 매번 설명해야 하니 짜증도 나지만 듣는 쪽에서 더 혼란스러워했다는 데 임 주무관의 전언이었다.

아무튼 문제는 학 여학생의 불편 호소에서 발단이 됐다. 중국 장강의 발원지도 ‘남상’(濫觴), 즉, 한 잔의 물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작은 물이 큰 강이 되듯이 여학생의 불편이 시민들이 힘을 결집하는 큰 결과를 가져왔다.

임 주무관은 마침 교육을 받던 ‘세종시 미디어 스쿨’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함께 듣던 최신영, 정상영, 황순영, 이정윤 등 동료들이 캠페인을 전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즉석에서 의기가 투합됐다.

마침 세종시청 페이스 북 담당자도 신입이어서 시민들과 세종시, 교육청 공동 캠페인을 제의하자 “이주민이 많은 세종시에 지명 되찾기 운동을 통해 소속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며 흔쾌히 동참을 약속하면서 “이 참에 이·원주민간 이질감을 없애고 ‘우리 모두 세종시민’이라는 동질감을 만들어보자”는 말로 화답했다.

관이 앞장 선 것만은 아니었다. 미디어 스쿨 수강생들이 참여하고 세종시 학생들도 ‘우리는 세종시 학생’이라는 사실을 외국 친구들에게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게다가 지역 인터넷 신문 ‘세종의 소리’에서 이 문제를 기사로 다루면서 공론화 과정을 한층 빨라졌다.

세종시에서는 페이스 북 본사에 항의를 하고 세종시민들은 페이스 북 코리아에 합리적인 문제 제기 사실을 알리고 조속한 시일 내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민국 행정수도 세종시가 세계 속에서는 표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도 수치였다.

임 주무관은 “이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뛰어다녔다” 며 “세종시청 대변인실에서도 왜 바로 수정이 안 되는지 백방으로 알아보고 그랬다”고 저간의 사정을 말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세종의 소리’에 실린 사진 가운데 “연기군이 싫어요”라는 글씨가 쓰인 피킷이들어갔다. 옛 연기군민과 신도시민이 한마음으로 같은 목표를 향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일이었다. 한바탕 소동 끝에 겨우 진정은 됐지만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22일 세종시 항의단이 페이스 북 코리아 앞에서 무력(?) 시위를 하고 꼭 닷새 후 세종시는 세계 속에 한 도시로 자리를 잡게 됐다. 출범 5년 만의 일이었다.

임수경 주무관은 “저 혼자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다” 며 “많은 분들이 힘을 합쳐서 이뤄냈듯이 행정수도 개헌까지 단숨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페이스 북에 세종시 등재 과정은 민과 관, 그리고 학생들이 힘을 모아 이뤄낸 좋은 본보기로서 세종시 역사에 한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민과 함께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