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이름에 자녀 이름 붙인 '황당한 교장'

학부모들 반발일자 뒤늦게 원상 복구해 뒷말 무성...자녀는 전학 조치

2017-06-05     곽우석 기자

'공사(公私)'를 구분 못하는 한 교육공무원의 일화가 뒤늦게 드러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세종시 모 초등학교 교장이 자신의 자녀의 이름을 따와 도서관 이름을 지었고,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원상 복구하는 촌극이 빚어졌던 것.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일 열린 세종시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이충열 의원은 시교육청에 접수된 민원사항을 지적하면서 "교육자로서 제정신이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올바른 교육행정을 주문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지난 2015년 모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A씨는 새로 개관한 학교 내 도서관 이름을 자신의 자녀 이름과 같게 지었다. 이 자녀는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었던 것은 당연한 일. 일부 학부모들은 "도서관 명칭을 바로잡아달라"며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민원은 시교육청에도 접수됐고,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희망할 경우 도서관 명칭을 다시 변경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고, 도서관 간판을 제거한 후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 조치했다.

2년이 지난 일임에도 불구,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물론 교육계 내부에서조차 한심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종촌동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자기 자식의 이름을 따와 도서관 이름을 지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면서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 할 학교의 어른인 교장의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교육계 내부에서도 비난 일색이다. 시교육청 한 공무원은 "같은 교육가족으로서 창피해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어디 소문이라도 날까 망신스럽다"고 자책했다.

이충열 의원은 "한심하다는 생각에 사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담당 직원에게 묻지도 않았다"며 공무원들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교장의 행실을 지적하는 여론과는 달리 정작 시교육청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교원인사과 한 직원은 "도서관 명칭을 원상 복구했고, 2년이나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느냐"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이 교장은 "개교 준비 TF팀 직원들이 도서관 이름을 지었을 뿐 자신과는 관련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고 인사과 직원은 전했다.

A교장은 줄곧 이 학교에서 근무하다 올 초 다른 학교로 전보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